지난달 30일 올림픽 테니스 남자 복식 16강전에 나선 카를로스 알카라스(왼쪽)와 라파엘 나달. /로이터 뉴스1

테니스 메이저 대회 프랑스 오픈이 치러지는 곳으로 유명한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은 이번 파리 올림픽 경기장 중 가장 활기가 넘치는 장소 중 하나다. 30일(한국 시각) 오후 방문했을 때도 메인 코트인 필립 샤트리에를 포함해 8개 코트에서 동시에 경기가 펼쳐져 팬들의 환호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그중 가장 열기가 뜨거웠던 곳은 수잔 렝글렌 코트. 클레이 코트인 롤랑가로스에서 프랑스 오픈 14회 우승을 일궈낸 ‘흙신’ 라파엘 나달(38)과 올해 프랑스 오픈 정상을 정복한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21)가 호흡을 맞춘 ‘꿈의 복식조’가 2라운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경기가 열린 이날 파리 최고기온은 섭씨 37도에 달했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며 코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스페인을 대표해 빨간 상의를 입고 나온 나달-알카라스 조는 네덜란드의 탈론 흐릭스푸어-베슬러이 콜호프 조를 상대했다. 2023년 윔블던 남자 복식, 2022년 프랑스 오픈 혼합 복식 우승을 차지한 복식 전문가 콜호프가 버틴 네덜란드는 두 수퍼스타에게 주눅 들지 않고 과감한 공격을 펼치며 승부를 팽팽하게 끌고 갔다. 하지만 이 코트의 주인공은 엄연히 나달과 알카라스. 마치 콘서트장처럼 팬들은 두 선수의 몸짓 하나, 플레이 하나에 반응하고, 열광했다. 스페인 조가 점수를 올릴 때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특히 나달은 이곳 롤랑가로스에서 전설을 이룬 터라 프랑스 홈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1세트를 6-4로 따낸 스페인은 2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6-7로 내줬다. 올림픽 복식은 3세트에서 먼저 10점을 따낸 팀이 승리한다. 관중들은 나달-알카라스 조가 벼랑 끝에 몰리자 축구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응원가까지 부르며 성원을 보냈다. 이날 지면 이미 노바크 조코비치에게 패해 단식에선 탈락한 나달의 올림픽 커리어가 완전히 막을 내리기에 팬들의 마음도 간절했다. 그 염원이 전해졌는지 3세트 들어 나달과 알카라스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10-2로 간단히 경기를 마무리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나달은 펄쩍 뛰며 기쁨을 표현했다.

경기가 끝나자 두 선수의 본격적인 팬서비스 시간이 찾아왔다. 나달과 알카라스가 10여 개의 공을 관중석으로 날려보냈고, 팬들은 그 공을 잡기 위해 기꺼이 몸을 날렸다. 나달은 공을 발로 차서 관중석으로 보내는 익살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두 선수가 코트를 떠나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자 관중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냈다. 둘은 경기장을 나가는 동안에도 통로 쪽 팬들의 사인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며 스타의 품격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