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금은 어눌했지만, 결코 어색하진 않았다. 태극 마크를 달고 이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격하는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1일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청록색 후드티에 모자를 눌러 쓴 채 입국한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어머니께서 내가 잘 모르는 한국 문화에 대해 귀띔해줬다”면서 “인사를 많이 하라고 했다”고 웃었다. 이어 “장시간 비행해 피곤하긴 하지만, 컨디션은 좋다. 준비됐다”면서 “항상 한국에 와보고 싶었다. 한국 팬들 앞에 설 수 있게 돼 설렌다”고 눈을 반짝였다.
◇”내 실력을 보여주러 왔다”
미들 네임이 ‘현수’인 에드먼은 한국 출신 이민자 곽경아씨와 미국인 아버지 존 에드먼씨의 아들이다.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부모 중 한 명의 출생지에 따라 출전국을 결정할 수 있다는 WBC 규정 덕분에 한국 유니폼을 입었다. 2006년 초대 WBC 이래 한국 국적이 아닌 선수가 대표팀에 승선한 건 처음이다.
MLB(미 프로야구) 정상급 2루수로 자리매김한 에드먼은 대표팀 공수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시즌 13홈런 32도루를 올린 에드먼은 2021시즌엔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2루수)를 받았다. 그는 대표팀에서 동갑내기 유격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키스톤 콤비를 이뤄 내야를 책임질 전망이다.
대표팀 내 유일한 양손 타자이기도 한 에드먼은 “아직 타순에 대해서 들은 얘기는 없지만, 초반에 나서 열심히 출루하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실력을 보여주겠다”면서 “김하성과 호흡할 수 있게 돼 기대된다. 그에게 많이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한일전 기대”... 기다려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도
에드먼은 특히 오는 10일 일본과의 본선 1라운드 맞대결을 손꼽아 기다렸다. 2019년 백년가약을 맺은 아내 크리스텐이 필리핀 및 일본계 미국인이기도 한 에드먼은 “(대표팀 합류가 결정된 이후) 한일전의 역사에 대해 많이 배웠다. 도쿄돔에 가봐야 라이벌 관계를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내에게 한일전 땐 내가 속한 한국을 응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대표팀엔 카디널스 동료인 (일본계 미국인인) 라스 눗바도 있어 결코 지고 싶지 않다”면서 “꼭 이겨 2023시즌 내내 그를 약 올리고 싶다”고 농담을 건넸다.
그는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이른 아침부터 공항을 찾은 60여 팬에게 웃으며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때로는 팬들의 요청에 따라 직접 휴대전화를 들고 ‘셀카(셀프카메라)’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팬서비스를 모두 마치고 떠날 때 현장에선 박수가 흘러나왔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온 지정현(15)군은 “앞으로 보기 힘든 선수라 생각해서 새벽 5시부터 기다렸다”며 “대단한 선수가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서 참 고마웠다”고 기뻐했다.
‘어머니의 나라’에 마침내 도착한 에드먼은 2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대표팀 공식 훈련에서 ‘Korea’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담금질에 나선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과 함께하는 첫 훈련이기도 하다. 에드먼은 “한국을 대표하게 돼 영광이다. 실력을 발휘해 팬들의 자랑거리가 되겠다”면서 “(미국에서 열리는) 4강과 결승에 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인천=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