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통령' 허재(57)가 데이원자산운용 프로농구단의 최고책임자를 맡아 코트로 돌아온다. 프로농구계 복귀는 2015년 KCC 감독직 사퇴 이후 7년 만이다. 그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농구 인기 부활에 힘써왔다. /데이원자산운용

‘농구 대통령’이 코트로 돌아온다. 자산운용사 데이원자산운용은 11일 “오리온과 고양 오리온 프로농구단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며 “허재(57) 전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농구단 최고책임자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농구 역대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허재 전 감독이 구단 프런트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대를 졸업한 허 전 감독은 선수 시절 기아자동차 농구단에서 농구대잔치 7회 우승을 이뤘고, 감독으로는 남자 프로농구 전주 KCC 감독을 10년 동안 맡아 두 차례 우승을 지휘했다. 그 뒤 2016년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섰던 그는 2018년 9월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농구계를 떠난 허 전 감독은 예능 방송인으로 변신해 다시 주가를 올렸다. 이듬해부터 3년여 동안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활발히 출연하며 ‘예능계 블루칩’으로 불렸다. 종종 아들 허웅(원주 DB)과 허훈(수원 KT)이 출전하는 경기에 방문해 관람하고, 시투를 하기도 했다. 그가 농구계에 정식으로 복귀하는 것은 2018년 9월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4년 만이며, 프로농구로 한정하면 2015년 초 KCC 감독 사퇴 이후 7년 만이다.

데이원자산운용은 “국민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선수 출신을 최고책임자로 내정했다”고 했다. 구체적 직함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농구단 초대 감독으로는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허 전 감독의 용산고·중앙대 후배다. 이에 대해 데이원자산운용은 “사령탑은 후보들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날 오리온과 데이원자산운용 측이 함께 공개한 계약 내용에 따르면 새 구단은 연고지를 경기 고양시로 그대로 유지하고,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 전원을 승계할 방침이다. 한만욱 데이원자산운용 대표는 “프로스포츠를 광고 수단이 아닌 스포츠 산업으로 인식하고, 프로농구 활성화와 농구 산업 부흥을 위해 고양 오리온 인수를 결정했다”며 “팬과 더불어 성장하는 구단을 만들기 위해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KBL(한국농구연맹)은 이른 시일 내에 총회를 열어 데이원자산운용의 가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데이원자산운용은 또 이번 농구단 인수를 시작으로 축구와 배구, e스포츠, 탁구 등 다양한 종목의 프로스포츠 구단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리그 창설 당시 대구 동양 오리온스란 이름으로 출발해 2021-2022시즌까지 코트에 섰던 원년팀 오리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2011년 연고지를 대구에서 고양으로 옮기고, 팀 이름도 수차례 변경됐지만 운영 주체는 바뀌지 않았던 오리온은 25년 만에 매각의 길을 걷는다. 오리온 관계자는 “그동안 농구단을 사랑해주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데이원자산운용이 고양 농구단과 한국 프로농구를 한층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리온도 대한민국 스포츠의 활성화와 균형 발전을 위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