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현지에 향후 재건 사업의 발판이 될 거점 지역을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고려인인 비탈리 킴이 주지사를 맡고 있는 남부 미콜라이우주(州)인데, 이번에 업무 협약(MOU)을 맺는 등 적극적인 협력에 합의했습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 힐튼호텔에서 원희룡(오른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비탈리 킴 미콜라이우 주지사가 재건 사업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을 위해 최근 국내 기업·공공 기관 18곳으로 구성된 제1차 재건 협력 대표단(원팀코리아)을 이끌고 현지를 다녀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론, 우크라이나 차기 정치 리더들도 한국의 적극적인 재건 사업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며 “특히 미콜라이우 지역의 비탈리 킴 지사와 항만 재건 사업 등에 대해 현실적이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미콜라이우는 크림반도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로, 여러 차례 러시아 공습을 받아 전후 복구가 시급한 지역으로 꼽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하고 있는 곡물 터미널의 수출도 미콜라이우항에서 이뤄진다. 고려인 4세인 비탈리 킴 주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미콜라이우 지역 본부장을 지냈으며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래픽=김하경

원 장관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한국에 갖는 호감이 향후 재건 사업에서 큰 강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학생들이 영어 다음으로 많이 배우는 외국어가 한국어고, 대학 입시에서도 한국어과(科) 경쟁률이 매우 높다”며 “공산주의에 맞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한국과 많은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지도층뿐 아니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한국을 경제 발전의 롤모델로 꼽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원 장관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배터리 등 우크라이나가 하고 싶은 첨단 산업에서 단기간에 성장한 한국의 경제 모델을 닮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원 장관과 한 면담에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 광산 1곳을 한국과 개발하고, 2곳은 미국과 공동 개발하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했다.

원 장관은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은 정부, 공기업, 민간 기업이 ‘원팀’으로 움직인다는 점도 재건 시장에서 우리가 갖는 경쟁력으로 꼽았다. 다른 국가는 개별 기업이나 기관별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타진하는 중이다. 또 4110억달러(약 545조원)로 추산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에 중국이 진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우리 기업들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와 한편이기 때문에 적국인 우크라이나에 진출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기업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의 교류가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인구 감소 문제 해결과 식량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원 장관은 기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졸 초임이 5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이민 장려 정책을 통해 한국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보충할 수 있다”며 “한국에 온 우크라이나 사람도 산업 기술을 배워 갈 수 있으므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원 장관은 지난 15일 감사원이 발표한 주택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머리통을 세게 맞아 국토부가 어질어질한 상태”라며 “뼈아픈 내부 고민을 통해 원칙과 방향을 세우고 후속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