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이 4.9㎜ 차이로 올림픽 새 역사를 썼다.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김우진(청주시청)은 미국 브레이디 엘리슨과 맞붙어 슛오프(승부쏘기) 접전 끝에 세트 점수 6대5(27-29 28-24 27-29 29-27 30-30 <10+-10>)로 이겨 금메달을 따냈다. 김우진과 엘리슨은 5-5 동률에서 마지막 한 발로 승자를 가리는 슛오프에 들어가 똑같이 10점을 쐈으나 화살부터 정중앙까지 거리가 가까운 김우진(55.8㎜)이 엘리슨(60.7㎜)을 제쳤다.
앞서 남녀 단체전과 혼성 단체,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수집했던 한국 양궁은 5개 전 종목을 휩쓸면서 ‘양궁 제국’ 위상을 다시 높였다. 전 종목 석권은 2016 리우 올림픽 때도 이뤘으나 당시에는 혼성이 없어 4종목이었다. 한국 양궁은 파리에서 금 5, 은 1, 동1 등 7개 메달을 챙겼다. 역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김우진은 이날 우승으로 양궁 3관왕에 오른 3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2020 도쿄 올림픽 안산(광주은행), 이번 대회 임시현(한국체대)에 이은 쾌거다. 남자 양궁 선수로는 처음이다. 아울러 통산 5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면서 동계·하계를 통틀어 한국 역대 최다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준결승에서 김우진에게 진 이우석(코오롱)은 3위 결정전에서 플로리안 운루(독일)를 물리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진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10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4일 오후 3시 현재 금메달 10개, 은메달 7개, 동메달 6개를 따냈다. 금메달 기준 순위 6위, 메달 합산 6위를 달렸다.
한국 선수단은 이미 당초 예상(금 5)을 이미 뛰어넘어 역대 최다 금메달(2012 런던 금 13)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 저력은 ‘총(사격) 칼(펜싱) 활(양궁)’에서 나온다. 4일까지 양궁에서 금 5, 사격 금 3, 펜싱 금 2를 따냈다. 3일엔 양지인(21)이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10m 공기권총 오예진(19), 여자 10m 공기소총 반효진(17)에 이은 사격 세 번째 금메달. 양궁 임시현(21)은 여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 이어 이날 여자 개인전마저 석권하며 올림픽 3관왕에 등극했다. 여자 양궁 개인전 은메달은 남수현(19)에게 돌아갔다. 여자 양궁 개인전 동시 금·은메달은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20년 만이다.
윤지수(31)와 전하영(23), 최세빈(24), 전은혜(27)로 이뤄진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 역대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따냈다.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42대45로 분패했지만 성공적 세대교체를 알렸다. 유도 대표팀은 혼성 단체전에서 독일을 4대3으로 누르고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대표팀 맏형 안바울(30)은 동메달 결정전에서만 연장전을 포함해 두 번 나와 15분가량을 버티며 결국 반칙승을 거두는 투혼을 발휘했다.
4일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선 세계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이 8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게임 점수 2대1(11-21 21-13 21-16)로 가까스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확보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올림픽 결승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금메달) 이후 28년 만이다. 결승 상대는 4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에게 기권승을 거둔 9위 허빙자오(중국)로 결정됐다. 당초 결승 상대로 지목된 2위 천위페이(중국)는 8강전에서 허빙자오에게 져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