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포피스 폰드(Poppie’s Pond)’에 뛰어들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경기하겠다.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날씨도 더워 물에 뛰어들기 딱 좋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파72·6884야드)에서 마지막으로 열리는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셰브론 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 2013년 이 대회 우승자 박인비(34)가 말했다. 이 대회의 가장 널리 알려진 전통이자 하이라이트는 우승자가 18번홀 그린 옆 ‘포피스 폰드’에 풍덩 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됐다.
1972년 창설돼 1983년 메이저로 승격된 이 대회는 나비스코 다이나 쇼어,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ANA 인스피레이션 등으로 여러 차례 명칭이 바뀌면서도 51년간 줄곧 같은 코스에서 열렸다. 그러나 새 스폰서와 계약을 맺으면서 내년부터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장소를 옮긴다. 대회 명칭은 올해 셰브론 챔피언십으로 바뀌었다. 총상금이 500만달러(약 60억5500만원)로 지난해 310만달러(약 37억5400만원)보다 크게 늘었다.
배우 겸 가수 다이나 쇼어(1916~1994·미국)가 주최했던 이 대회를 선수들은 ‘더 다이나’ 또는 ‘우리의 마스터스’라고 부른다고 한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로 4월에 개최되고, 캐디들이 흰색 점프슈트를 입으며, 한 코스에서만 열리는 특징이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와 닮았다. 첫 번째 ‘호수의 여인’은 에이미 앨콧(66·미국)이었다. 그가 1988년 처음 뛰어들었을 땐 물이 탁하고 부유물이 떠 있는 상태였다. 1991년 또 우승한 앨콧이 다시 뛰어들었고, 1994년 도나 앤드루스(55·미국)부터 매년 우승자가 물에 들어가는 전통을 이어왔다.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이 대회 디렉터를 맡았던 테리 윌콕스(82·미국)의 별명을 따 ‘포피스 폰드’라고 불렀다. 바닥에 콘크리트를 깔고 물에 염소 소독을 하는 등 수영장처럼 관리됐다. 한국 선수 중에선 2004년 박지은(43)을 시작으로 2012년 유선영(36), 2013년 박인비, 2017년 유소연(32), 2019년 고진영(27), 2020년 이미림(32)까지 6명이 ‘호수의 여인’이 됐다.
2019년 이 대회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차지한 직후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고진영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1위를 지킨다. 그는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뛰어들 때 좀 겁이 났지만 웃으려고 노력했다”며 “이 대회의 전통은 모든 선수에게 ‘포피스 폰드에 빠지고 싶다’는 동기 부여를 해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