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 후보가 만나 단일화 협상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지난 3일 김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지 나흘 만에 한 후보와 첫 만남이 성사됐지만 두 사람은 단일화 시기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1차 단일화 시한으로 거론된 대선 후보 등록 시한(5월 11일) 전에 단일화하는 방안에 두 후보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회동 직후 김 후보는 “단일화 논의의 불씨를 이어 나가기 위해 한 후보께 내일(8일) 추가 회동을 제안한다”고 했고, 한 후보 측도 “기존 일정을 조정해서 김 후보와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8일에도 두 후보가 만날 것으로 보이지만 합의에 이를지는 불투명하다.
김·한 후보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75분간 만났다. 김 후보는 회동 후 기자들에게 “제 나름대로 생각한 단일화 방안을 말씀드렸지만 한 후보는 ‘모든 것은 당에 다 맡겼다’는 말씀만 반복했다”면서 “(단일화에 대해) 의미 있는 진척이 없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도 “특별하게 합의된 결과가 없다”면서 “한 후보는 ‘당에서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정해주면 거기에 응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대화가 공전하자 김 후보는 “한 후보가 자꾸 단일화를 당에 위임하겠다고 하시는데, (대선 후보인) 제가 바로 그 당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양측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서 한 후보는 “11일 전까지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그러자 김 후보가 “11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김문수 중심의) 단일화가 되는 것이냐”고 물었고, 한 후보는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 후보 측은 “김 후보가 11일 전에 단일화하겠다는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혔다면 만남이 이렇게 끝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회동에 앞서 한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면서 “투표용지 인쇄(5월 25일) 직전까지 국민을 괴롭힐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줄다리기는 하는 사람만 신나고 보는 국민은 고통스럽다”면서 “저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후보에게 단일화 룰을 일임할 테니 조속히 단일화를 하자는 최후통첩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김 후보는 단일화 시기·방식과 관련해 이렇다 할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舊)여권 관계자는 “김 후보가 단일화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지 않고 ‘내가 후보가 됐는데도 당이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취지의 얘기를 주로 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날 두 사람 회동의 관건은 ‘11일 전 단일화’에 합의할 수 있느냐였다. 후보 등록 마감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지면 김·한 두 사람 가운데 단일 후보로 선출된 사람이 국민의힘이 받는 기호 2번으로 대선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11일을 넘길 경우 김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 기호 2번을 달고 뛸 수 있지만, 무소속 신분인 한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기호 2번을 쓸 수 없다. 또 12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김 후보는 국민의힘 조직·자금 지원을 받지만 무소속인 한 후보는 국민의힘의 지원을 온전히 받을 수 없다. 김 후보가 11일 전 단일화와 관련해 답을 내놓지 않은 것도 시간을 끌수록 자기에게 유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회동 후 김 후보는 한 후보가 “11일 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후보 등록을 할 생각도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단일화에 대해서 김 후보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으며, 구체적 제안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후보는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었다. 붉은색은 국민의힘 상징색이다. 자기가 경선을 거쳐 선출된 ‘정통성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지난 2일 대선 출마 선언 때 했던 청록색 넥타이를 맸다. 두 사람은 회동에 들어가면서 “고생이 많으시다”라고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웃었다. 하지만 75분간의 회동이 끝난 뒤 두 후보는 굳은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