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에서 11일 화재가 발생해 거주자 2명이 사망했다. 두 사람 모두 특별한 직업 없이 정부 지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3분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고시원에 살던 이모(75)씨와 김모(64)씨가 사망했다. 다른 입주민 16명은 대피해서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화재 당시 건물에 설치돼 있던 간이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다.
월세가 27만원 안팎이었던 이 고시원엔 주로 일용직 근로자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면서 고령인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이씨와 김씨도 그간 가족과의 교류 없이 구청에서 지급하는 80만원대의 생계·주거급여를 받아 생활해왔다. 평소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이씨는 거동이 불편해 무직 상태로 일용직 근로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세 자녀가 있으나 배우자와 이혼한 뒤 2013년부터 이 고시원에 거주하며 가족들과 교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고시원에 살다 지난 4일 이 고시원에 입주한 김씨도 작년 4월 대장암 판정을 받은 뒤 일을 하지 않고 각종 지원을 받아 생계를 유지해왔다. 독신으로 연락이 닿는 가족도 현재 없다고 한다.
구청 관계자는 “두 분의 시신 인계를 위해 형제·자매 등 가족들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모두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유족을 찾지 못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망자 2명의 부검을 의뢰하고 화재로 손상된 고시원 내부 CCTV 영상을 복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