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충남 천안시장 선거에 출마한 이재관(57)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성정동 인쇄창사거리를 찾아 유권자들을 만났다. 이 후보는 “인접한 경기, 세종 등과 협력해 천안을 중부권 메가시티로 만드는 등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상돈(72) 국민의힘 천안시장 후보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신부동 방죽안오거리에서 유세를 했다. 박 후보는 “집권 여당 시장으로 천안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천안시장 선거에서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이재관 후보와 재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박상돈 후보가 충남 최대 도시 수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 외에 정의당 천안 지역위원장인 황환철(52) 정의당 후보, 이웃사촌 무료법률상담소장인 무소속 전옥균(54) 후보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선거에선 천안시 성환읍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부지 활용 방안이 막판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 목장, 축산시험장 등으로 쓰이다가 지난 2008년부터 축산자원개발부로 바뀐 이 시설은 젖소, 돼지 등 가축의 우량 품종을 연구해 축산 농가에 보급하는 곳이다. 부지 규모가 4.19㎢(약 127만평)로 여의도 면적(2.9㎢)의 약 1.5배에 달한다. 정부가 축산자원개발부를 2027년까지 전남 함평군으로 옮긴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이 부지를 놓고 후보별로 첨단산업단지 조성, 복합신도시 개발, 국가정원 조성 등 각기 다른 활용 방안을 제시해 쟁점이 되고 있다.
‘힘 있는 여당 후보’를 앞세운 박상돈 후보는 26일 본지 통화에서 “경기도와 인접한 축산자원개발부 부지에 첨단 국가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신산업을 선도할 기업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는 “수도권과 가까운 장점을 살려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고 대기업 등을 유치할 방침”이라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에도 반영된 사안”이라고 했다.
박 후보의 재선 저지에 나선 이재관 후보는 축산자원개발부 부지 전체에 산업단지를 만들기보다는 ‘스마트 복합 자족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제조업 혁신파크와 자율주행·로봇·청정에너지가 적용된 주거 단지, 글로벌 테마파크 등을 갖춘 복합 신도시를 만들 계획”이라며 “이곳에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를 유치하면 국내는 물론 인근 평택항을 통해 중국 관광객도 끌어모을 수 있다”고 했다.
황환철 후보는 “축산자원개발부 부지를 4차 산업 관련 산업단지를 갖춘 녹색도시로 꾸미고, 대규모 테마파크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전옥균 후보는 “해당 부지를 산업단지 대신 국가정원으로 만드는 게 바람직한 대안”이라며 “시민 주도형 관광사업을 벌여 주민 소득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재관 후보는 동남부 신행정수도 경제권 육성, 야간돌봄어린이집 운영, 도심 운행 광역급행버스 도입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상돈 후보는 독립기념관 문화성지 조성,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천안역 연장, 천안역사 증개축 이행 등을 공약했다.
인구 65만 천안은 충남 최대 도시다. 충남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박상돈 후보가 2020년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에 당선되기 전까지 민주당 계열 후보가 두 차례 천안시장을 연이어 맡았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천안 3개 지역구 전체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 승부는 쉽게 점치기 어렵다. 여성 보좌진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최근 민주당에서 제명을 당한 박완주 국회의원(천안을)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충남 최대 도시 천안의 표심은 충남도지사 선거 등 충남 전체 선거 판세에 영향을 주는 만큼 각 정당 간 경쟁이 막판까지 뜨거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