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헌법재판소는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국회 측이 제기한 탄핵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국회는 최 원장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 특정 인사에 대한 표적 감사를 실시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최 원장의 파면을 주장했으나 헌재는 거의 모든 탄핵 사유에 대해 헌법과 법률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다.
◇감사원 독립성 훼손했나
최 원장 탄핵 심판에서 가장 핵심 쟁점은 최 원장이 2023년 7월 5일 감사원 훈령인 ‘공익감사청구 처리 규정’을 개정해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한 것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했는지 여부였다. 국회 측은 “최 원장이 훈령을 개정해 행정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에게 감사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행정부가 감사원에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줬다”며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재판관 8명의 판단은 5대3으로 갈렸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김복형·김형두·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총리의 감사 청구가 있다고 해도 감사원이 무조건 감사에 착수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여전히 감사의 개시 및 범위에 관한 독자적 판단 권한은 감사원에 있다”며 감사원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이미선·정계선·정정미 재판관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국무총리가 감사청구권을 갖게 되면 행정 전반에 포괄적인 감사 청구가 가능해지고, 감사원 감사 방향에 대한 광범위한 개입 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별개 의견을 냈다. 3명의 재판관은 최 원장의 훈령 개정이 감사원법과 헌법을 위반했다고 봤지만, 탄핵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전현희 감사’ 위법 아냐”
헌재는 ‘감사원이 지난 2022년 8~9월 전현희 당시 권익위원장을 사퇴시키기 위해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국회 측 주장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법률과 헌법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다. 행정기관인 권익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고, 권익위원장을 포함한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감찰도 감사원의 감사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특히 “(당시 감찰 내용에) 권익위원장 개인에 대한 감찰뿐 아니라 권익위 행정사무에 관한 감찰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며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감사원 감사위원회에서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처리할 당시 최 원장이 전산 시스템을 변경해 주심 감사위원(조은석 감사위원)의 열람 없이 보고서를 승인·결재한 점은 “주심위원의 열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훈령은 ‘주심위원의 열람을 받아 감사 결과를 최종 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관 8명 모두 “이로 인해 감사 결과가 왜곡되지 않았고,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부실 감사, 군 기밀 유출…근거 없어”
이 밖에 최 원장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를 부실하게 진행한 점,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 계획을 수립해 놓고도 제대로 감사하지 않은 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감사 결과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등의 이유로도 탄핵 소추됐지만, 헌재 재판부는 모두 “근거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 훈령을 개정해 국무총리에게 감사청구권을 부여한 점을 제외하면 최 원장에게 제기된 탄핵 사유 대부분이 사실상 무리한 주장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