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청 직원들이 수원시 공식 캐릭터 '수원이'가 답답하게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기고 있다. 이날 정부는 오는 5월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50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나 행사, 스포츠 경기 때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뉴스1

정부가 5월 2일부터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김부겸 총리는 “일부에서 우려도 있었지만, 혼자만의 산책이나 가족 나들이에서조차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국민들의 답답함과 불편함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동안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는 논란이 많았다. 과학적으로는 쓸 필요가 없지만 방역 긴장감 유지를 위해 실외 마스크 착용을 유지해온 측면이 컸다. 다른 나라들도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곳이 많다.

하지만 그토록 야외 마스크를 고집하던 정부가 정권 교체를 불과 일주일 정도 앞두고 이를 굳이 발표해야 했던 사정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아직 매일 확진자가 수만 명 발생하는 상황에서 야외 마스크 해제는 곧 들어설 새 정부가 판단하겠다고 요청해왔다. 상식에 맞는 요청이다. 한두 주일 더 야외 마스크를 쓴다고 크게 불편해할 국민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수위가 이런 요청을 하자마자 정부가 야외 마스크 해제를 발표해버렸다. 어깃장을 놓는다는 말이 과하지 않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오미크론 유행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는데 정부는 뭔가에 쫓기듯 거리 두기를 잇따라 해제했다. 유행이 정점을 향해 올라갈 때 방역을 푼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올 들어서만 1600여 만명이 코로나에 걸려 누적 확진자 수 세계 8위를 기록한 것이다. 일본의 2배, 대만의 250배쯤이다. 우리나라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도 일본의 2배, 대만의 12배다.

그래도 정부는 임기 내에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28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K방역은 우리의 자부심” “국가적 성취이고 결코 폄훼될 수 없는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했다. 인수위가 요청하는데 야외 마스크를 해제한 것은 ‘임기 내 극복’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정권은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았다. 시진핑 방한을 위한 것이었다. 국내 치료제 개발을 치적으로 삼으려다 백신 도입 시기를 놓쳤다. 자영업자 표를 의식해 섣불리 방역 빗장을 풀었다가 델타 변이 유행을 초래했다. 재난지원금도 실제 피해를 본 계층이 아닌 전 국민에게 뿌렸다. 선거 때문이었다. 정치 방역으로 시작해 정치 방역으로 끝났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