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과 국회의원, 시민단체 인사들이 3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유튜브 등을 통한 가짜 뉴스의 확산과 그로 인한 공론장 왜곡 등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의 복원을 비롯한 자정 작용이 시급하다”고 했다. 첫 방송 20년을 맞은 유튜브가 사용자를 좌우 양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선동 도구가 된 데다가 최근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유튜브에서 유통되는 정치 콘텐츠가 더욱 자극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문제가 이어지자 현상 분석과 해결책 제안을 위해 각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전략원)은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공론장의 왜곡과 정치 양극화: 유튜브 정치와 가짜 뉴스’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각각 ‘어떻게 공론장을 지킬 것인가’와 ‘유튜브 뉴스 이용과 정치적 양극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진순 재단법인 와글 이사장,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진중권 광운대 정보과학교육원 특임교수도 토론에 참석했다. 강원택 서울대 전략원장이 개회사와 토론 사회를 맡았다.
윤 교수는 이날 “공적 책임이 없는 (유튜브) 제작자가 검증 과정이 없는 콘텐츠를 편파적·선정적으로 확산시켜 정치 양극화와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적 공론장의 파행을 야기하고 있다”며 “유튜브가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키고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극단적 갈등 형성으로 공공선을 훼손하는 단계까지 가선 안 된다”고 했다.
윤 교수는 “팩트체크(사실 확인)엔 한계가 있고 섣부른 규제 시도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유튜브 저널리즘으로 야기된 공론장의 위기를 해결할 근본적 해결책은 언론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언론이 사회를 지켜줬듯 이젠 사회가 언론을 지켜줘야 할 때”라며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 뉴스 플랫폼들은 (기성 언론이 생산하는) 양질의 뉴스에 대해 더 큰 보상을 받도록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진중권 교수는 “과거엔 가짜 뉴스를 들키면 처벌받았다면 이젠 후원금 등으로 보상을 받는다”며 “이젠 듣기 좋은 말에 대해선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김재섭 의원은 “가짜 뉴스에 한 번 당하면 관련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면서도 “가짜 뉴스의 범주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김우영 의원은 “정치권의 지속적으로 정서를 자극하는 뉴스를 확산시키려는 유혹이 우리 사회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최근 계엄 사태는 가짜 뉴스에 심취한 권력자의 선택으로 인한 극단적 결과”라고 했다.
다만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유튜브가 마치 정치적 양극화의 원흉이라는 사회적 의혹이 팽배한데 좌파 성향이 우파 유튜브를 본다고 우경화되지는 않는다”며 “극단적 성향의 사람이 유튜브를 더욱 활용하고 있는 것이지, 유튜브 활용을 통해 극단화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한규섭 교수는 “가짜 정보를 유통했을 때 오는 불이익이 가짜 정보를 유통해서 얻는 이익보다 훨씬 커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심각한 가짜 뉴스를 유통하면) 문(유통 계정 등)을 닫아야 하는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진순 이사장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쪽은 어떤 콘텐츠도 규제해선 안 된다고 하고, 반대편에선 위해가 너무 크니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데 양쪽 모두 문제가 있다”며 “최소한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가짜 뉴스에 대해선 별도의 ‘규제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강원택 전략원장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가짜 뉴스와 극단적 주장이 공론장을 심각하게 왜곡해 한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건강한 공론장의 마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