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서울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우크라이나 사업가 겸 한국어 강사가 장교로 자원 입대해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육군 95공수여단 소속으로 북동부 도시 이지움에서 복무하던 데니스 안티포프 중위가 러시아군과 교전 중 숨졌다고 17일 밝혔다. 이지움은 우크라이나·러시아군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 대도시 하르키우에서 동남쪽으로 120여㎞ 떨어진 요충지다.

러시아와의 교전중 전사한 우크라이나의 친한파 장교 데니스 안티포프 /우크라이나 RBC 홈페이지

숨진 안티포프 중위는 러시아가 지난 2014년과 올해 등 두 차례 자국을 무력 침공할 때마다 자원입대했다. 현지 RBC통신은 그의 생애를 조명하며 장문의 애도 기사를 실었다. 직업군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우크라이나의 명문 타라스 셰우첸코 국립대 한국어과에 입학했다. 이어서 서울대(2008년)와 한국외국어대(2011년)에서 각각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그는 한국 생활을 매우 즐거워했으며 이 시기 많은 한국 친구들도 사귀었다고 한다.

러시아와 교전 중 전사한 친한파 우크라이나 육군 장교 데니스 안티포프. /우크라이나 RBC 통신 홈페이지

그는 교사의 꿈을 키우며 대학원에도 진학했지만,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강탈하자 자원입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이 격화하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통역 및 무인기 운용 장교로 참전했다.

자원입대해 러시아와 교전 도중 숨진 데니스 안티포프 중위. /우크라이나 RBC 홈페이지

무력 충돌이 잦아든 2016년 군복을 벗은 그는 민간인으로 돌아온 후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면서 공예품과 장난감을 제조·유통하는 사업을 시작해 규모를 키웠다. 그는 자신처럼 한국에 관심이 있는 이들과 참전 군인들을 많이 도왔다고 한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튿날 다시 군복을 입고 자원입대했다. 그는 3월에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등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전선으로 돌아왔다가 러시아와의 교전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는 생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국을 지키기로 맹세한 사람들이다.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의 유일한 생각은 적으로부터 우리 땅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