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해 앉아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르면 다음 주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오는 13일 8차 변론을 끝으로 향후 재판 일정이 안 잡힌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3월 중 선고를 목표로 재판 진행을 서두르는 여러 징후가 보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 등을 듣는 기일이 추가될 수는 있지만, 증인이 더 채택되지 않으면 이번 주가 사실상 사실 관계를 다투는 재판의 마지막인 셈이다. 헌재 공보관은 10일 “변론 기일 지정은 재판부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추가 기일에 대해 아직 전달받은 게 없다”고 했다.

이런 속도라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르면 2월 말이나 3월 초쯤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 접수 후 약 70~80일 만에 결론이 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9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만에 선고가 내려졌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선고 시점에 집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국민 분열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박상훈

◇尹 파면 결정되면… 대선은 4말 5초

헌재는 여러 절차적 흠결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시계까지 동원해 핵심 증인의 신문 시간을 90분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이번 주엔 하루에 증인을 4명씩 몰아 신문하기로 했다. 11·13일 변론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핵심 가담자를 총 8명 불러 신문한다.

헌재가 지금까지 채택한 증인 외에 보류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추가로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두세 명을 더 증인으로 부른다고 해도 지금의 신문 속도를 보면 기일을 한 번 정도 더 잡는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 등 남은 절차를 감안해도 9~10차 변론으로 다음 주에는 재판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17차례에 걸쳐 진행됐고, 최서원(최순실)씨 등 25명이 증인 신문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은 7차례 변론이 진행됐다. 노 전 대통령이 선거와 관련한 발언 등 사실 관계를 스스로 인정하면서 복잡한 쟁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윤 대통령은 3차 변론 때부터 직접 헌재에 출석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며 다투고 있다.

재판관들은 변론이 종결되면 평의를 거쳐 결정문을 작성하는데 보통 2주 내에 끝마쳤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 때는 변론 종결 이후 11일 만에, 노 전 대통령은 종결 이후 14일 만에 선고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헌재가 다음 주 재판을 끝내고 윤 대통령을 2월 말~3월 초 파면할 경우, 4월 말이나 5월 초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은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졸속 재판’ 결과, 국민이 납득하겠나”

절차적 흠결과 ‘졸속 심리’ 논란 속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정말 ‘정치인 체포’ ‘의원 끌어내라’ 등 지시를 한 것이 맞는지, 증언과 증거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변론을 마치고 선고하면 당사자는 물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면 ‘정치 편향’ 논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오는 4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헌재가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번 달까지 충분히 변론 기회를 주고, 다음 달 종결한 뒤 결정문을 써도 될 텐데 헌재가 너무 급해 보인다”며 “필요한 선고 시점이 있더라도 최대한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헌재에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 형사 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 조사 등 적법 절차를 준수할 것, 충실하게 심리할 것 등의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