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 쓴 조명현씨 생계가 그렇게 어렵다더라. 좌파들 같으면 책도 많이 사 주고, 강연도 주고 할 텐데 우파들은 지갑을 안 연대.”
설 연휴, 집안 어른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전(前) 경기도청 비서관 조명현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고발했습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 없이 택배 일 등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답니다. 작년 11월 출간된 책 판매량은 약 1만부.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쓴 ‘조국의 시간’(2021)이 판매 6일 만에 10만부 돌파한 것에 비하면 화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비위 사건 등을 폭로한 ‘몰락의 시간’ 저자 문상철씨도 직장서 권고사직 당한 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홍보·연설기획 비서관이었던 최우규씨가 최근 문 정부를 상찬하는 책을 내고 평산책방에서 떠들썩한 북토크를 한 것과 대비되지요.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온 걸까요? 조명현씨 책을 낸 천년의상상 출판사 선완규 대표는 말합니다. “586 좌파들은 젊을 때부터 책 읽기가 몸에 밴 사람들이에요. 반면 보수는 부를 축적하느라 책 읽기를 도외시했죠. 그 결과 지적인 이미지 구축에 실패했고, 문화 전쟁에서 번번이 지는 겁니다.”
그렇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 ‘건국전쟁’이 누적 관람객 수 50만을 돌파했습니다. 우파도 문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이 사례가 출판 시장에도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한 출판인이 ‘조국의 시간’ 판매 호황을 가리켜 “한국 출판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구독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구독,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라면 안타깝지 않습니까.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