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계에서 최근 성폭력 피해 사실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거장’으로 꼽히는 소노 시온(61) 감독이 여배우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일본은 남성 중심적 사회 속에 피해자를 비난하는 분위기 등으로 ‘미투(Me too·성폭력 피해 고발)’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일본 주간지 ‘주간여성 프라임’은 지난 4일 소노 감독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여성 연예인들에게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성희롱을 해왔다고 영화계 관계자와 피해 연예인들의 익명 증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노 감독은 ‘러브 익스포저’ ‘차가운 열대어’ ‘두더지’ 등 작품으로 200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소노 감독은 5일 “민폐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실관계를 정리해 다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일본 영화계의 미투 폭로는 지난달 시작됐다. 주간지 ‘주간문춘’이 영화감독 겸 배우 사카키 히데오(52)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배우와 배우 지망생 이야기를 처음 기사화한 뒤, 10명에 가까운 여성이 “나도 당했다”며 인터뷰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사카키 감독은 “보도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고 강변했지만, 추가 피해자가 늘어나자 소속사에서 해고됐다. 가정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그의 신작 개봉도 무기한 연기됐다. 유명 배우 기노시타 호카(58)가 연기를 가르쳐주겠다며 어린 배우나 배우 지망생을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사실도 폭로됐다.
일본 영화계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영화·연예계에 만연한 ‘어두운 관행’을 바로잡자는 주장이 나왔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유명 감독 6인은 성명을 통해 “지위를 이용한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