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첫 에세이책 ‘오늘도 자람’을 펴 낸 만능 소리꾼 이자람. /이태경 기자

소리꾼이자 배우, 밴드 뮤지션, 작창(作唱·창을 지음)가. 각종 수식어로 불린 이자람(43)의 이력은 때로는 감탄을, 때로는 질투를 불러온다. 네 살 나이에 가요 ‘예솔아!(1984년)’로 큰 인기를 얻더니 스무 살엔 ‘춘향가’ 최연소·최장시간(8시간) 완창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2009년엔 ‘아마도이자람밴드’ 보컬로 변신해 기타를 잡고 포크록을 불러 평단을 사로잡았다. 오죽하면 별명이 온갖 걸 잘한다는 ‘이잘함’일까.

그러나 정작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자람은 “가장 빛나 보이던 내 모습들은 사실 기름 부은 장작불처럼 활활 소진되고 있던 때”라고 했다. 지난달 15일 낸 첫 에세이책 ‘오늘도 자람’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런 예술이 만들어져도 되는 거였을까?”라고 쓴 이유다.

이자람은 특히 지난 2017년 돌연 잠적해 2019년 말 ‘노인과 바다’ 공연 때까지 무대를 떠난 경험을 솔직히 털어놨다. 당시 그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과 ‘억척어멈과 자식들’을 재해석한 작창극 ‘사천가’와 ‘억척가’로 프랑스, 호주, 홍콩, 루마니아, 우루과이, 브라질 등 공연을 돌며 전석 매진의 신화를 써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무대들로 “‘소리앓이’를 심하게 겪었다”고 했다. 온몸의 근육과 에너지를 동원해서 노래하니 몸이 축났고, 오른쪽 청력까지 소실됐던 것. 결국 해외 무대 중 숨이 막혀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을 때를 이자람은 책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예술가는 무대에서 죽어야 해‘는 얼어 죽을. 나는 이 어리석은 문장에 침을 뱉고 싶다. 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결국 자의로 약 2년간 무대를 떠났던 이자람은 이후엔 코로나 팬데믹이란 타의로 인생 처음 긴 휴가를 맞았다. 그사이 2020년부터 ‘이득봉’이란 필명으로 블로그에 써온 글이 모였고, 첫 책이 됐다. 이자람은 “책을 쓰며 과거를 돌아봤고, 왜 그렇게 자신이 힘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덕분에 이자람은 최근 ‘이잘함’의 일상을 회복해나가고 있다. 판소리 공연을 이어오면서 틈틈이 박사 논문을 썼고, 지난 19일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새 싱글 ‘막달라 마리아’를 냈다. 올해부턴 다시 해외 공연도 준비한다. 다만 이제는 전과 달리 일상 속 쉼표를 제때 챙기고자 노력한다. “노력 대비 결실이 일대일로 돌아오는 걸 좋아하는데 그게 되는 ‘운 좋은’ 40대로 자랐고, 이렇게 50대까지 또 잘 자랐으면 한다“고 했다. “글을 쓰면서 과거의 난 어려움을 푸는 방식이 서툴렀구나 깨달았어요. 이젠 조금씩 균형을 잡으며 공연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