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아시안컵 4강 탈락 이후 축구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물론, 대표팀 내 갈등과 충돌 등 문제에 대해 최종 결정권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일부 팬들은 정 회장의 사퇴를 외치며 축구협회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동안 정 회장은 “클린스만 정도는 돼야 선수들이 말을 듣는다” “시간을 좀 주자”는 등 부정적인 외부 기류와 다른 태도를 자주 보였다. 이 때문에 “축구 자체보다 (국제 축구계 개인 입지 확대 등) 다른 이유가 있어 클린스만을 기용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 바 있다.
그러던 정 회장도 축구계는 물론, 곳곳에서 비난 의견이 빗발치자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이 끝나고 열흘 만인 16일 공식 석상에 처음 나타나 클린스만 경질을 직접 발표했다.
정 회장은 “종합적인 책임은 감독을 잘못 선임한 협회장인 저에게 있다”면서도 클린스만 선임 과정에 대해선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61명 후보자 중 5명으로 좁혀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면접을 했고, 이후 우선순위 1·2번을 정해 2차 면접을 진행한 다음 최종적으로 클린스만을 택했다”는 얘기다.
정 회장 임기는 내년 1월까지. 그는 ‘내년 회장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할 계획인가’란 질문엔 “2018년 축구협회 총회 당시 회장 임기를 3연임으로 제한하기로 정관을 바꾼 적이 있는데,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 조항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걸로 대답을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힌 셈이다. 정 회장은 2013년 축구협회 수장 자리에 올라 2016년과 2021년 3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을 포함한 이사 임기는 4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임원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임 횟수 제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승인을 얻는다는 가정 아래 4선 도전은 가능한 구조다.
남은 건 클린스만 위약금. 계약 기간이 2026년 6월 막을 올리는 북중미 월드컵까지라 잔여 연봉(70억원 이상)은 계약대로 지급해야 할 상황이다. 클린스만 연봉은 29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이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해 봐야 하는데 혹시 문제가 생기면 재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사재를 출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