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의 멘토’로 알려진 안병직(89) 서울대 명예교수는 5일 본지 통화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 “계엄 선포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더 이상 과거의 일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헌법·경제·통상 등에 대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덕수 전 총리와 당 내외를 포괄하는 빅 텐트 개념의 단일화를 빨리 해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 김문수 후보의 스승이었다. 김 후보는 “노동 운동에 뛰어들고 현실 정치에 입문하는 등 중요할 때마다 안 교수의 조언과 도움이 있었다”고 여러 차례 회고했다. 안 교수는 “김 후보가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문제에 직면하거나 물어볼 것이 있으면 1년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에게 당내에서도 ‘탄핵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는 요구가 일어나고 있다.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 김 후보는 이미 ‘대통령이 그날 국무회의에 나를 불렀더라면 계엄을 반대했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흘러간 과거의 일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계엄 선포가 잘못된 일이었다는 것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분명해지지 않았나. 이제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해 말해야 한다.”
-김 후보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대해 빨리 일정과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전날인 지난 2일 저녁에 김 후보가 내게 전화해서 단일화 방향을 묻기에 ‘한 전 총리가 여당에 입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빅 텐트를 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미래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할까.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와 민주화로 이어진 일관된 역사를 인정하고 계승하겠다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폄훼하는 세력에 대한민국을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헌법 개정 계획을 밝히는 것이다. 한덕수 전 총리가 제시한 ‘2년 차에 개헌 완료’ 일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하기 위한 개헌이 아니다. 대통령제가 문제가 아니라,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한국 정치의 파벌 투쟁이 진짜 문제다. 현재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회 독재에 있다. 새 헌법은 의회 독재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 또한 사법 제도의 개혁도 중요하다.”
-사법 제도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도대체 공수처라는 게 뭔가? 오히려 검찰의 능력을 저하시키는 일밖에는 하는 게 없지 않은가. 이런 곳을 없애고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국내 기밀을 빼 가는 외국인을 간첩으로 처벌할 수 있는 보안 관련 법 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경제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각종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노사 관계를 유연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AI 산업 진흥 계획을 정밀하게 내놓아야 한다. 통상 방면에서 제대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재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중국이 아닌 나라에 대해선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의회 독재로 인한 국가 위기 사태에 직면한 사람들이 ‘관리형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 독재와 싸울 수 있는 ‘투사형 대통령’을 원한 것이다. 김문수는 지난 반세기 동안 치열하게 싸운 투사였다. 그 이미지를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