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서울 도봉구의 한 카페. 옛날 전화기와 재봉틀 등 오래된 소품이 많은 카페로 알려진 곳이다. 2017년 문을 연 이 카페는 아이가 뛰어다니다 화분을 깬 이후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없는 ‘노키즈존(No Kids Zone)’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다 작년 12월부터 온 가족이 들를 수 있는 카페로 전환했다. 아이들이 마실 우유와 주스도 메뉴로 추가했다.

지난 29일 서울 중랑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생후 6개월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여유롭게 식사하는 모습. 이 레스토랑은 어린이 손님을 환영하는 ‘서울키즈오케이존’으로 어린이 의자·식기 등을 갖췄다. /서울시

여섯 살 딸과 세 살 아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은 이산나(42)씨는 “노키즈존이 많아 카페에 아이 데리고 갈 엄두를 못 냈는데 애들과 함께 올 수 있는 곳이 생겨 좋다”며 “애들도 옛날 전화기 등을 만져보며 즐거워한다”고 했다. 사장 설영숙씨는 “가족 손님이 많아 매출이 이전보다 20%는 늘었다”며 “처음에는 걱정도 했는데 요즘은 엄마들도 달라져 아이들이 가게에서 막 뛰놀게 놔두지 않는다”고 했다.

이곳은 서울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서울 키즈오케이존(Kids OK Zone)’이다. 아이들과 함께 들러 마음 편하게 밥 먹고 차 마실 수 있는 일종의 서울시 인증 가족 친화 가게다.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없는 노키즈존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서울 시내 식당, 카페 등 349곳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올해 그 숫자를 5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2026년까지 총 700곳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키즈오케이존에는 서울시가 어린이 의자·식기 등 구입비 30만원을 지원한다. 가게 입구에는 ‘서울 키즈오케이존’이라고 쓴 노란색 인증 스티커를 붙여주고 서울시 생활 정보를 담은 ‘스마트서울맵(인터넷 지도)’에도 표시한다. 대신 가게는 어린이 메뉴와 의자·식기 등을 갖춰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키즈오케이존 확산을 위해 지원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지난 28~29일 방문한 키즈오케이존 가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족 손님을 맞고 있었다. 업주들은 덕분에 손님도 늘었다고 했다. 중구의 한 한식당은 가족 손님이 오면 직원들이 “키즈오케이존입니다. 아이들 환영입니다”라고 말하며 가족끼리 식사할 수 있는 자리로 안내했다. 어린이 식기도 따로 제공했다. 이날 네 살, 다섯 살 아들 둘을 데리고 점심 식사를 한 장민정(28)씨는 “인터넷 ‘맘카페’에서 아이 데리고 가기 편한 식당이라는 글을 보고 찾아왔다”며 “아들 둘이라 항상 식당 가기가 걱정인데 모처럼 눈치 안 보고 밥 먹었다”고 했다.

용산구 숙명여대 앞에 있는 한 레스토랑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준비했다. 사장 박석원씨는 “뛰어다니던 아이도 크레파스를 손에 쥐여주면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며 “엄마들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고 했다. 17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박씨는 “가족 손님이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팀 정도 왔는데 이제는 매일 한 팀 이상은 온다”고 했다.

하지만 키즈오케이존 활성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9일 키즈오케이존 식당을 찾은 고모(35·서울 마포구)씨는 “키즈오케이존 홍보가 너무 안 된 것 같다”며 “식당에 들어와서 사장님 설명을 듣고 알았다”고 했다. 서대문구의 한 식당 사장은 “괜히 키즈오케이존으로 바꿨다가 손님을 잃지 않을까 걱정하는 식당도 있다”며 “인센티브(보상)는 적은데 아이들 안전 등 신경 써야 할 것은 많아 번거로운 측면도 있다”고 했다.

참여한 가게가 핵심 상권보다는 주로 시 외곽 지역에 있다는 점도 한계다. 지난해 참여한 349곳을 지역별로 보면 동대문구 32곳, 강서구 26곳, 송파구 24곳, 중랑구 22곳 등의 순으로 많았다. 서울시는 키즈오케이존 참여 업체를 올해 500곳으로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참여하겠다는 가게가 많지 않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 한국외식업중앙회 등을 통해 설득하고 있다”며 “아직은 올해 참여 업체가 많지 않지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오케이존이 늘어나려면 가족 손님과 일반 손님 모두 쾌적한 공간이 돼야 한다”며 “서울시가 부모가 지켜야 할 점, 아이가 다녀도 안전한 공간 모델 등을 마련해 제시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