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해외 송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은행 관계자가 수사 상황을 ‘불법 송금 일당’에게 유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우리은행 본점 전경. /뉴스1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우리은행 A 지점장이 불법 송금 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A 지점장이 근무하는 지점을 통해 인천 소재 B 업체가 작년부터 수백 회에 걸쳐 4000억여원을 해외에 송금했다. 이 업체는 일본에서 들어온 가상 화폐를 금융 당국 허가 없이 현금화한 뒤 해외로 다시 보내고 그 대가로 수십억원 수수료를 챙겼다고 한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지난 5월 우리은행에 B 업체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 조회를 요청했는데, A 지점장이 이 사실을 B 업체에 알려줬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이를 적발해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 업체 관계자들이 해외 송금을 위해 허위 증빙 서류를 수백 차례 냈는데도 우리은행 지점에서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B 업체는 일본에서 건너온 가상 화폐를 국내 시장에서 팔아 그 대금을 해외 송금하면서 골드바(금괴), 반도체 칩 등 수입 물품 값을 지급하는 것처럼 거짓 서류를 꾸몄다고 한다. 한 시중은행의 해외 송금 담당자는 “억대 외환을 수백 번 송금할 동안 아무런 검증이 없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검찰은 A 지점장이 불법 송금을 알면서도 눈감아줬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현재 A 지점장은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찰로부터 (혐의에 대해) 통지받은 적 없어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했다. 앞서 대구지검은 B 업체 관계자 3명을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