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보>(145~162)=안성준이 ‘기세파’라면 양딩신은 ‘신중파’ 성향이다. 신중파는 치명적 실착이 드문 대신 너무 몸을 사리다 기회를 날리는 병폐가 따른다. 감정이 일절 배제된 인공지능의 강점은 여기서 또 한 번 부각된다. 바둑은 이제 인간 손아귀를 벗어나 기계들의 운동장으로 변했다.

백 △에 흑은 상하가 엮이는 게 두려워 145로 안전책을 택했는데 안일했다. 참고 1도 1로 못질할 자리. 백이 끝까지 버티면 9로 끊겨 전멸한다. 지금도 수상전으로 가면 흑이 한 수 빠르다. 문제는 150으로 귀에 맛이 발생했다는 점. 145의 죄다.

151로 참고 2도 1은 무리. 12까지 흑이 안 된다(11로 12는 백 A로 산다). 156으로 ‘가’~’마’의 수순을 밟았으면 백의 확실한 우세였다. 161이 실리도 크고 안형(眼形)도 확보하는 호착. 백은 162에 붙여 또 수를 내러 갔는데….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