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은퇴일은 일단 미뤄졌다. 승부는 원점이다. 프로배구 여자부 정관장이 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흥국생명과 벌인 2024-2025시즌 V리그 챔피언 결정전 4차전에서 세트 점수 3대2(25-20 24-26 36-34 22-25 15-12)로 이겨 5전 3선승제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 동률로 맞췄다. 정관장은 인천 원정 경기로 치른 1·2차전을 연달아 진 뒤 홈 2연전을 모두 혈투 끝에 이겨 마지막까지 승부를 몰고 갔다.
정관장은 3차전에서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대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이날 4차전도 피 말리는 접전이 끝없이 이어졌다. 1·2세트를 나눠 가진 뒤 3세트가 백미였다. 듀스만 11차례 이어진 끝에 정관장이 3세트를 36-34로 이겼다. 끝날 듯 끝나지 않던 공방을 정관장이 가져간 것. 두 팀은 3차전 2세트에서도 똑같은 점수를 주고받았는데 당시엔 흥국생명이 36-34로 이긴 바 있다. 합계 70점은 역대 챔피언 결정전 사상 한 세트 최다 점수다.
3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은 4세트에서 힘을 냈다. 흥국생명 노장 김연경(37)은 투트쿠(26·튀르키예)와 합작해 기어이 4세트를 따냈다. 이제 마지막 5세트. 김연경은 화려한 피날레를 맞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15점까지 진행하는 5세트에서 흥국생명이 10-7로 달아났다. 남은 건 5점. 여기서 3차전 부상 투혼으로 역전의 발판을 놨던 세터 염혜선(34)이 서브 에이스와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5연속 득점을 견인했다. 다시 12-10 정관장 우세. 흥국생명은 역전을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정관장 메가(26·인도네시아)와 부키리치(26·세르비아) 맹공에 무릎을 꿇었다. 3차전에서 71점(메가 40점, 부키리치 31점)을 합작했던 둘은 이날도 66점을 책임졌다. 메가가 양 팀 최다 38점, 부키리치가 28점을 올렸다.
이날 상대 서브를 잘 받아내는(세터 3걸음 또는 1m 이내) 기준인 리시브 효율 면에서 정관장(28.18%)은 흥국생명(22.61%)에 크게 앞섰다. 3차전에서도 정관장 29.91% 흥국생명 20.72%로 비슷한 양상이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우리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며 “V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모두가 박수 칠 수 있는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메가는 인도네시아 핀수영 국가대표인 남자친구가 한국에 와서 응원하고 있다. 메가는 “인도네시아에서 뛸 때도 남자친구가 항상 경기를 보러 와줬다”며 “직접 와서 응원을 해주면 진짜 에너지가 더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에선 김연경이 32점, 투트쿠가 30점으로 분전했지만 웃지 못했다. 흥국생명으로선 2년 전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먼저 2연승을 한 뒤 3연패를 당해 우승을 내줬던 아픔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2년 전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때와는 아예 다른 팀”이라고 말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 은퇴는 한 차례 더 뒤로 밀렸다. 그는 이번 챔피언 결정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승부가 5차전까지 이어지면서 김연경은 우승 여부와 관계없이 인천 홈 팬들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하게 됐다. 최종 5차전은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