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오디세이ㅣ장원철 지음ㅣ글항아리ㅣ376쪽ㅣ2만5000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아직 잘 이해 가지 않는 식사 풍경 중 하나가 바로 ‘집게 먹방’이다. 고기 굽는 집게나 요리용 핀셋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다. 요리 유튜버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집게는 요즘 캠핑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한번 사용해보면 정말 편해서 젓가락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고들 한다. 먹방 신문물 신봉주의자들 사이에선 젓가락은 거의 ‘퇴물’ 취급. 각종 방송에선 집게 먹방은 물론 목장갑 등을 이용한 ‘손먹방(손으로 먹는 것)’까지 선보인다.

찬밥 신세가 된 듯한 젓가락이지만, 원래 젓가락은 신(神)의 것이었다. 번역과 집필을 업으로 삼다가 ‘먹고살기 위해’ 남대문 그릇 도매 상가에서 5년간 일했다는 저자는 장사에서 얻은 지식과 역사 탐구를 더해 각종 주방 도구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젓가락은 신에게 바치는 공물을 정성껏 옮기고 오염을 막기 위한 신성한 도구”였다. 인간의 식사에는 손을 사용했다. 칼, 냄비, 냉장고 등 주방 도구는 소재일 뿐, 구석기 시대부터 거슬러 인류 식생활 문화를 고찰한 역사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