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울산시교육감 보궐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28일 보수 성향 이성걸 예비후보가 전격 사퇴하면서 보수 성향 후보 1명과 진보 성향 후보 2명의 3파전 구도로 짜여졌다. 이번 선거는 고(故) 노옥희 전 교육감이 지난해 12월 심장마비로 별세하면서 치러진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와 각 후보에 따르면 2일 현재 울산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보수 성향인 김주홍(66) 울산대 명예교수와 진보 성향의 구광렬(67) 울산대 명예교수, 노옥희 전 교육감의 남편인 진보 성향 천창수(64) 전 울산 화암중 교사 등 3명이다. 보수 진영은 이성걸 예비후보가 건강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사실상 단일화가 됐지만 진보 진영은 단일화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에선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진보 진영은 구광렬 예비후보가 줄곧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천창수 예비후보 측이 한발 빼면서 논의가 답보 상태다. 구 예비후보는 “노 전 교육감의 뜻을 잇기 위해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진보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며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천창수 예비 후보는 “교육을 진보, 보수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번 선거가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정책 선거가 되길 바란다”며 단일화에 거리를 두고 있다.
지역 교육계와 정치권에선 진보 진영 두 예비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것은 천 예비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큰 격차로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달 21~22일 울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울산 교육감 적합도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천 예비후보는 40.1%를 얻었다. 이어 김주홍 예비후보 15.9%, 이성걸 전 예비후보 13.2%, 구광렬 예비후보 12.8% 순이었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천 후보의 초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직무 지지도가 높았던 노 전 교육감 남편인 점과 진보 시민 단체 등이 추대한 후보라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지난 2018년 울산 첫 진보 교육감으로 당선된 노 전 교육감은 작년 6·1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 당시 노 전 교육감은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와 1대1로 맞붙어 26만6647표(55.03%)를 얻어 21만7863표(44.96%)의 김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세 예비후보들은 각자 특색 있는 정책 공약을 제시하며 유권자들 표심 공략을 하고 있다. 보수 성향인 김 예비후보는 노 전 교육감의 일부 좌편향 교육을 바로잡고, 학력 향상, 인재 발굴 등 국내 현실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김 예비후보는 “학생들 학력 수준을 알 수 있는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고 학생별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고 했다. 또 초·중학생에게 월 10만원 체육 바우처와 연 10만원 문화체험 바우처 지원, 진로진학지원센터 확대, 국제교육원 설립 등을 공약했다.
진보 성향의 구 예비후보는 “노 전 교육감의 역점 사업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며 전국 최초로 ‘초·중·고생 학부모 부담 경비 0원’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 예비후보는 “노 전 교육감 취임 후 학부모 부담 경비가 85% 이상 줄었는데 남은 15%도 교육청이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생 목욕·미용 경비 지원, 초등생 영양제 지원, 학생 대중교통 단계적 무료화, 문화 체육활동 경비 지원 등을 공약했다.
역시 진보 성향인 천 예비후보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학교 밖에서도 학습, 상담 등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천 예비후보는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맞춤형 지원 체계 확립, 성장 단계에 맞는 중점 교육과정 운영, 최고의 친환경 급식 등 공교육 질 향상을 공약했다. 또 ‘1수업 2교사제’ 실시 중학교 확대, 1대1학습 보충 지도 프로그램 운영, 안전 체험교육원 건립 등을 제시했다.
한 지역 교육계 관계자는 “후보들의 성향과 단일화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학부모 등 유권자에게 피부로 와닿는 정책과 공약을 누가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