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소아·청소년 13만6000명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았다. 7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성조숙증은 때 이른 성장 호르몬 분비로 사춘기가 빨리 오는 질환이다. 초반에 키가 웃자라지만 그만큼 성장판이 빨리 닫혀 정상으로 클 때보다 작을 수 있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올 수 있고 성인이 되고 나서 다른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성조숙증

女 만 8세, 男 만 9세 이하 발병

통상 여아는 만 10세, 남아는 만 12세쯤 2차 성징이 나타나면 정상이다. 반면 만 8세 이하 여아가 가슴이 커지거나 몽우리가 잡히고, 만 9세 이하 남아의 고환이 성인 엄지손톱 크기보다 커지는 것이 성조숙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이 시기 음모 또는 여드름이 나거나 머리·겨드랑이에서 어른 같은 냄새가 나고, 목소리가 굵어지거나 키가 연간 8cm 이상 자랄 때도 의심해볼 수 있다.

일부는 뇌종양이나 뇌수종, 갑상선 이상 등이 원인으로 밝혀지기도 하지만 여아는 대부분, 남아는 절반 이상 원인을 알 수 없다. 여아의 진단 비율이 남아보다 10배 정도 높다. 비만인 여아는 살이 쪄서 가슴이 나온 것으로 오인할 수 있고 남아는 수개월이 지나도 고환 크기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할 수 있다. 이미 초경이 시작되는 등 사춘기가 상당히 진행되고 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부모가 만 8~9세 전후에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대규모 연구를 통해 1970년대 이후 10년마다 평균 3개월씩 2차 성징이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고 비만도 관련성이 확인됐다. 2021년 영국 연구에서도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렙틴이 성 발달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덴마크의 2009년 연구 대상 여아들은 1990년대 여아들과 체질량지수 차이가 없었는데도 성조숙증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PVC(폴리염화비닐) 플라스틱에 주로 쓰이는 화학 첨가제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과 스트레스, 산업화 이후 생활 방식 변화 등이 비만 다음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함유된 콩류 등 특정 식품과 성조숙증의 관련성은 명확히 확인된 바 없다.

4주 간격 주사로 꾸준히 치료

성조숙증은 내분비 질환에 해당하며 소아·청소년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하다. 내원하면 2차 성징이 시작된 시기와 진행 속도, 과거 병력, 신장, 체중 등을 살펴보며 X선으로 뼈나이(골연령)를 측정하고 혈액 검사로 성호르몬 수치를 본다. 원인 확인을 위해 뇌MRI,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할 수도 있다.

진단되면 과도한 성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는 억제제(성선 자극 호르몬 방출 호르몬 효능제) 주사를 4주 간격으로 맞는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한동안 경과를 지켜보거나, 초기 내원에서 진단되지 않다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 치료를 시작하기도 한다. 치료 시작 6개월 내에 2차 성징 진행이 억제되며 도중에 주사제를 멈추면 호르몬 분비가 다시 늘어나므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30여 년간 사용된 안전한 주사제로 부작용이 거의 없고 다른 예방접종이나 병행 투약 제한이 거의 없다. 통상 2~5년간 치료가 이뤄진다. 이 기간 사춘기 진행을 정상화하면서 연간 4~6cm 정도의 키 성장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적절히 치료하면 성인이 됐을 때 유방암·난소암 등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치료 종료 후 6개월 내 성호르몬이 정상 분비돼 사춘기가 다시 진행된다.

성조숙증 치료는 여아는 만 9세 도달 전, 남아는 만 10세 전 치료를 시작해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또래보다 약간 빠른 조기 사춘기 정도에 해당한다면 키 성장을 위한 치료로서는 효과가 떨어진다. 과거에 비해 풍부한 영양 공급으로 신체 발달이 좋아졌고 사춘기 시작 시기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비만과 관련이 있는 만큼 채소, 잡곡밥 등 섬유질이 많은 식사와 유산소 운동을 통한 체중 관리를 권한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을 줄이고 환경호르몬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 생활 습관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가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성조숙증이 의심될 때 곧바로 병원에서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