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보>(215~247)=대국장 밖에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한다. 이 무렵이면 대개 명암이 드러나는 법인데 아직도 형세 불명(不明)이다. 하지만 이 바둑도 오늘 보(譜)에서 마침내 승자와 패자가 가려진다. 이 판뿐 아니라 결승 3번기, 나아가 이번 26기 LG배 전체가 막을 내리는 장엄한 순간이다. TV, 인터넷, 유튜브 등 모든 중계 채널의 접속자 수가 일제히 정점을 찍었다.
백이 △로 팻감을 써오자 신진서는 본 체도 않고 215로 따내 좌상쪽 백 대마의 숨통을 끊는다. 이제 흑에겐 우하 중앙 일대에 걸친 대마를 구조하는 과제만 남은 순간, 마지막 초읽기에 쫓기던 양딩신의 222가 종말을 재촉했다. 참고도 8까지가 백의 최선. 흑(A, B)이 백(C)보다 팻감이 많고, 실전도 234까지 패가 되긴 했지만 참고도가 훨씬 복잡하고 변화 여지도 많아 승부를 예단할 수 없었다.
238로 팻감을 써왔을 때 239~245로 거대한 흑 대마가 살아선 길고 격렬했던 승부도 막을 내렸다. 좌하귀 일대 흑 대마를 내주었으나 살아간 우하 쪽 흑 대마와는 덩치에서 비교가 안 된다. 247을 본 양딩신이 항복 문서에 조인하면서 장장 6시간 반 동안 반상을 자욱이 덮었던 포연(砲煙)이 걷혔다. (226…218, 231…□, 237…▲, 24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