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3일 유치원 학부모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유아 시기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을 하는 것을 초등학교에서 할지, 지금처럼 유치원·어린이집이 담당할지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도 이날 17개 시·도교육감과 화상 간담회 자리에서 “초등 입학 연령 하향 정책은 아이들이 조기에 양질 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한 방안으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이날 “(국가가 유아 교육을 책임지는 방법에는) 유치원에서 의무교육을 하는 방안도 있는데, 왜 초등학교 조기 입학을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교육·돌봄을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겠다는 것이 우리 목적인데, 그걸 초등학교가 할지 유아교육 시스템에서 담당할지는 논의를 진행하면서 장단점을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국가가 유아 시기 교육을 책임지는 방법에는 유치원 과정을 의무 교육화하는 방안과 초등학교에 일찍 입학하게 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를 모두 놓고 검토한다는 뜻이다. 교육부가 지난 29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유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초등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가 반대 여론이 커지자 다른 여러 방안과 함께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한 셈이다. “초등 조기 입학 논란을 끝내려는 출구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

장 차관은 “국가가 유아 교육에 개입해 질을 높이려면 우선 유보(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이 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유치원 8600여 개 중 42%가 사립이고, 3~5세 어린이집은 절반이 민간이기 때문에 여러 난관이 있다”면서 “그래서 초등 조기 입학이 더 가능성 있는 안이라고 제안했던 것인데, 공론화를 통해 이 안을 지지하는 학부모가 적다면 다른 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앞으로 유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정책 연구도 하고 학부모·학생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장 차관은 “만약 의견 수렴을 해서 ‘초등 입학 연령 하향’보다 다른 안이 좋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렇게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아 시기 국가가 나서 의무교육을 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38국 중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라는 영국·호주·아일랜드·뉴질랜드 등 4국뿐이지만, 만 5세 혹은 그보다 어린 나이에 ‘의무교육’을 시작하는 나라는 미국·캐나다·프랑스를 비롯해 15국에 달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이번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유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해 연말에 발표하겠다’고 했으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