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물산의 천주연 대표가 포장한 굴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은혜 더비비드 기자

“어쩌면 세상물정을 몰라서 큰 결정을 쉽게 했던 것 같아요.”

20살, 아이 엄마가 됐다. 24살, 대학병원의 간호사가 됐다. 27살, 수산업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31살 현재 직원 11명 규모의 수산물 유통회사를 이끌고 있다. 유일물산의 천주연 대표 얘기다. 세상물정을 몰라서 한 선택이 세상물정을 몰라선 안 될 자리로 이끌었다. 생글탱글한 얼굴로 처음 굴 경매장에 입성했을 때, 그를 두고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랑곳하지 않고 좋은 굴 찾는 데 집중했다. 딸처럼, 조카처럼 대하는 호의만 귀담아들으며 맷집을 키운 덕에 회사를 매출 150억원 규모로 키울 수 있었다.

천주연 대표의 유일물산은 경남 통영에 있다. 생굴, 가리비, 홍합 등 30여 가지 농수산물을 유통하는 회사다. 1차 생산자에게 수매한 농수산물을 중간 유통 과정 없이 바로 발송한다. 최고 인기 상품은 단연 굴이다. 연 매출 160억원 중 50억원이 굴 매출일 정도로 효자 상품이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 ‘미스타피쉬’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천주연 대표는 자신을 ‘굴수저’라고 소개한다. 50년간 수산물 유통업에 종사한 시부모에게 굴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마땅한 재주가 없어 가업을 택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굴수저를 쥐기 전 그는 전문 직업인이었다. 대학병원과 적십자병원의 간호사로 3년간 근무했다.

유일물산의 효자 상품인 생굴의 싱싱한 모습.

- 간호사와 농수산물 유통업체라니, 간극이 크게 느껴집니다.

“아이 키우며 3교대 근무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자영업을 하면 개인 시간과 육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과 시부모님이 하던 수산물 유통 시장에서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생겼고요.”

매일 아침 7시30분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일과가 시작된다. 출근하자마자 재고를 관리하고, 주문건을 취합한 후 발주서를 작성한다. 오전 업무를 마무리한 후에는 생굴 경매를 하기 위해 굴수하식수협으로 달려간다. 평일 오후 12시와 오후 5시, 하루 두 차례 경매장을 찾는다.

- 수매한 굴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3단계에 걸쳐 세척합니다. 공기방울로 이물질을 털어주는 세척기를 거친 후 S자 형태의 길을 지나요. 긴 길을 지나는 동안 흐르는 물에 굴을 세척합니다. 그다음 컨베이어 벨트에 굴을 펼쳐 선별 작업을 진행합니다. 알을 품고 있거나 붉은빛을 띤 굴을 걸러요. 선별 후 한차례 물에 투척해서 또 세척하죠. 이후 채단으로 굴을 떠서 포장해 배송합니다.”

- 좋은 굴 고르는 팁 좀 알려주세요.

“가루 섞인 거품이 있는 제품은 피하세요. 흔들려서 생긴 거품은 금방 사라지지만 상해서 생긴 거품은 좀 달라요. 냄새도 잘 맡아보세요. 싱싱한 해산물의 향과 비린내는 분명히 다르거든요. 바다 비린내가 난다고 무조건 좋은 세 아닙니다. 물에 녹은 찰흙 같은 모양의 처진 굴은 폐사한 굴입니다. 미끌미끌하고 탄력 있는 것을 골라야 해요. 구매한 굴에 알 같은 게 있다면 국거리로 쓰세요. 횟감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팁 하나 드리자면 굴을 라면에 넣어 먹어보세요. 시원한 국물이 일품입니다.”

유일물산의 굴은 현재 ‘미스타피쉬’에서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대량구매를 하는 기업이나 단체는 미스타피쉬(1660-0166)로 연락하면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