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미국 연준이 3월에 빅스텝을 단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조선비즈DB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문가들이 예상한대로 8개월 연속 둔화되면서 연방준비제도가 올 들어 시작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행보를 변경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시장 예상치와 같은 0.4%(전월 대비)로, 1월(0.5%)보다 상승 폭이 둔화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6.0%로 2021년 9월(5.4%) 이후 최저였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5.5%(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해 전달(5.6%)보다 낮아졌지만, 전월 대비로는 0.5% 올라 1월(0.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개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여전히 할 일이 더 남았다. 연준이 최근 (실리콘밸리은행이 촉발한) 금융시장 변동성을 억제한다면, 점진적인 금리 인상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가 지속됨에 따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0.25%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오는 21~22일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미 기준 금리가 현재 연 4.75%에서 5%로 0.25%포인트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14일 미국 증시 개장 직후 86.4%까지 높아졌다. 빅스텝(0.5%포인트 인상) 전망은 ‘제로(0)’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반면 연준이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아예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은 14일 한때 49%까지 올랐다가 17%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작년 10월 이후 나타난 상승장은 ‘불 트랩(bull trap·일시적 급반등)’에 불과하다”며 “SVB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미국 정부의 개입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증시 반등에서 매도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