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佛)멍’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 없는가. 반가사유상의 그윽한 미소와 미묘한 손발의 움직임을 다각도로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특대형 책이 출간됐다. 방구석 니르바나(열반)를 시도해봄 직하다.
20년 전 민음사에서 출간된 ‘반가사유상’<사진>이 전면 개정돼 ‘내 방에서 만나는 위대한 침묵’이라는 부제를 달고 2권짜리 책으로 복간됐다. 읽는 책이라기보단 보는 책이다. 반가사유상을 여러 각도에서 클로즈업한다.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작업했다. 민음사는 “아이맥스 영화관에 있는 듯한 와이드한 사이즈”라고 홍보한다.
가로 44cm의 특대형 판형, 판매가 15만원에 달하는 고가 도서다. 그런데 지난 1~2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목표치를 100만원으로 설정했는데 6000만원이 넘게 모였다. 이에 출판사에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오는 19일까지 2차 펀딩을 진행한다. 아직 온·오프라인 서점에선 팔지 않고, 펀딩에 참여한 이들에게만 판매한다.
이 책의 인기는 ‘불교힙(hip)’ 영향이 크다. 불교는 요즘 20~30대 사이에서 ‘힙한 종교’로 통한다. 올 초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초역 부처의 말’을 추천했다. 올해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스님들이 ‘한입에 극락으로’ 같은 문구를 내걸고 디저트를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