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3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송 전 대표에게는 돈봉투 살포, 불법 정치자금 수수, 뇌물 수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송영길씨가 당대표로 선출된 민주당 전당대회는 2021년 5월 2일 열렸다. 이를 앞두고 2021년 4월 27일과 28일, 송영길 당대표 경선 캠프가 민주당 현역 의원 20명에게 줄 돈 봉투 20개(총 6000만원)를 전달했다는 게 ‘민주당 돈봉투 사건’이다. 또 2021년 3월 30일과 4월 11일에는 캠프 지역본부장들에게 돈봉투 650만원이 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 윤관석·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이 관여했는데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그 ‘정점’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자신의 외곽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 중 4000만원은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소각 처리시설 관련 청탁과 함께 받았다는 뇌물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50여 쪽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송 전 대표가 차명 휴대전화로 사건 관계자에게 연락해 수사 상황을 파악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는 내용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의 정치적 기획 수사”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단서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개인 비리 수사의 부산물로 돌발적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작년 8~9월 이정근씨가 사업가 박모씨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10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수사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저장된 녹음 파일 3만여 개가 확보됐다. 이 녹음 파일은 이씨가 2016년부터 휴대전화 자동 녹음 기능을 사용해 저장한 것이라고 한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송 전 대표를 돕고 있던 이정근씨가 캠프 관계자들과 ‘돈봉투’와 관련해 했던 대화들이 그대로 녹음돼 있었다.
이것이 ‘돈봉투 사건’ 수사로 이어졌고, 재판 과정에서 ‘이정근 파일’ 내용들이 알려졌다.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10일 강래구(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씨가 이정근씨와 통화에서 “영길이 형(송 전 대표)이 그러더라고. ‘내가 조금 처리해줬어. 더 열심히 하라’고. 영길이 형이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 말하는 것이 녹음 파일에 담겼다. 강씨가 이씨에게 “내가 ‘성만이 형(이성만 의원)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송 전 대표가) ‘아유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 하는 대목도 당시 통화 녹음 파일에 등장한다.
또 윤관석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날인 2021년 4월 28일 이씨와 통화한 내용도 ‘이정근 파일’에 등장한다. 이씨가 “똑같이? 어제 그만큼~”이라고 하자, 윤 의원이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안 나와 갖고. 오늘 빨리. 그래야지 (의원) 회관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하거든”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씨는 윤 의원에게 “그래. 해결할게요”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이던 윤 의원과 이 의원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 검찰이 지난 5월 24일 두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6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검찰은 지난 8월 1일 두 의원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때는 국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이라 국회 동의가 필요 없었고 법원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윤 의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의원은 영장이 기각되면서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고 있다. 최근 검찰은 ‘돈봉투 수수’ 혐의 의원들 수사도 일부 개시했는데 지난달 2일 민주당 임종성·허종식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정근씨 비리 사건은 다른 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로도 튀었다. 사업가 박씨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이정근 파일’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역시 작년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부결됐다. 노 의원은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영장 청구가 됐다. 변호사들과 실질심사 잘 준비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송 전 대표는 여러 차례 “위법한 별건 수사”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2일 대구에서 가진 출판기념회에서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송 전 대표가 ‘별건 수사’를 주장하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자, 일반 시민 15명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가 기각시키기도 했다. 법조인들은 “범죄 혐의가 명백하다면 송 전 대표의 ‘별건 수사’ 주장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법원 영장실질심사에는 송 전 대표 친형인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송영천 변호사가 변론에 나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