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보>(1~19)=LG배의 한 해는 1년 농사와 비슷하다. 새봄에 씨앗 뿌려 여름과 가을 부지런히 재배하고 수확한다. 우승자 대관식을 마치면 추수 끝난 벌판처럼 잠시 황량해지지만, 새봄과 함께 또 새로운 한 해가 열린다. 오직 논밭이냐, 반상(盤上)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올해도 풋풋한 새싹처럼 싱싱한 아마추어 정병(精兵)들이 설레는 가슴을 안고 먼저 출발선에 섰다.

27회째를 맞는 LG배 조선일보기왕전이 지난달 아마추어 예선을 시작으로 1년 장정에 들어갔다. 출전자는 연구생 12명, 아마 랭킹 최상위자 8명, 입단 포인트 상위자 4명 등 24명. 여기서 뽑히는 6명과 시드자 2명 등 8명이 프로 예선에 합류한다. 아마추어가 세계 강자 24강이 겨루는 본선 토너에 오르려면 아마 예선서 2승, 프로 예선서 5승 등 무려 7연승이 필요하다.

결승 6판 중 2판을 감상한다. 우선 연구생 김승구(16)와 아마 강자 홍세영(23)이 겨룬 대국이다. 백 8로는 좌상귀를 굳히고 흑이 ‘가’로 압박해가는 바둑도 자주 등장한다. 15는 요소지만 참고도 1에 두는 것이 더 적극적 수법이었다. 9까지는 이후 예상되는 진행 가운데 하나. 실전은 19까지 서로 큰 모양을 형성하며 기세 싸움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