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컴퓨터(PC)로 실행 가능한 AI(인공지능)가 수퍼컴퓨터보다 허리케인 경로를 정확하게 예측한 사례가 나왔다. 누구나 집에서 AI로 일기예보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유럽 중기 기상예보센터(ECMWF)는 이달 초 허리케인 ‘베릴’이 멕시코에 상륙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항공기와 해상 부표, 지구 상공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수퍼컴퓨터가 내놓은 예측이었다. 반면 같은 시기 구글 딥마인드의 일기예보 AI ‘그래프캐스트’는 베릴이 미국 텍사스주에 피해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는 AI의 승리로 나타났다. 지난 8일 허리케인 베릴은 텍사스를 강타해 최소 36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명이 정전 피해를 당했다. 14평 안팎 방을 채울 만한 크기의 수퍼컴퓨터를 조그마한 ‘방구석 PC’가 AI로 이긴 셈이다. 일기예보 AI ‘그래프캐스트’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40년간의 세계 기상관측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며 “수퍼컴퓨터로는 한 시간 이상 걸리는 ‘10일 예보(중기 예보)’를 그래프캐스트는 1분 안에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유럽기상예보센터 관계자도 “그래프캐스트와 같은 똘똘한 AI가 허리케인 경로 예측에서 우리보다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프캐스트는 데스크톱과 노트북에서도 사용 가능해 앞으로 일기예보에서 입지를 더욱 넓힐 전망이다. 다만 일부 기상 전문가는 “AI가 허리케인 진로를 정확히 예측했지만, 폭우와 해일 등 다른 기상 현상은 어떨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AI와 수퍼컴퓨터가 고유의 장점을 살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