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최대 미술 축제’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첫 한국인 수상자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다. 1993년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그는 베네치아 시장에게 제안을 했다. “마지막 남은 국가관을 한국에 준다면 남북 공동 첫 전시를 할 수 있다.” 중국 등 6국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결국 마지막 국가관은 한국 차지가 됐다.
올해 한국관은 시각 대신 후각이 주인공이다. 구정아 작가가 참여하고, 야콥 파브리우스·이설희 공동 예술감독이 기획해 ‘오도라마 시티’를 선보였다. 지난해 입양아·실향민 등을 대상으로 한국의 도시·고향에 얽힌 향 이야기 600여 편을 수집했고 이를 통해 개발한 17가지 향(香)을 전시했다. 밥 짓는 냄새, 공중 목욕탕, 옷장 속 나프탈렌 냄새, 어릴 적 할머니집 냄새 등 각각의 향이 전시장 곳곳에 잘 보이지 않게 배치된 하얀 돌 모양의 디퓨저에서 분사돼 공간을 채운다.
한국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기획전 ‘모든 섬은 산이다’도 몰타수도원에서 개막했다. 그동안 한국관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36명의 작품을 모아 한국 현대미술의 축적된 저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