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압승한 야권이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도입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12일 금융주들이 일제히 폭락했다. 횡재세란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순이익이 급증할 경우 이익의 일부를 ‘상생 금융 기여금’의 형태로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번 총선 유세에서 “금융권이 고금리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보고 있다”며 횡재세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해외 투자자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5.17% 폭락한 5만5000원, 카카오뱅크는 4.97% 급락한 2만4850원으로 마감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3.10%, KB금융지주는 2.93%, 신한지주는 2.90% 떨어졌다. 금융주 약세에 따라 코스피도 0.93% 하락한 2681.82로 장을 마쳤다.

금융주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수혜 종목이었다. 그러나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밸류업 정책이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금융주 하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밸류업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정책으로 정부의 세제 혜택 등이 필수인데, 야권의 협조 없이는 법 개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은행주 외에도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로 분류돼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며 밸류업 수혜를 받았던 현대차와 기아도 각각 1.24%, 1.70% 하락했다.

야권이 190석 이상의 압승을 거둔 4·10 총선 결과가 주식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연초 밝혔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하이투자증권의 이웅찬 연구원은 “야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고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렵다”며 “금투세 유예가 연장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