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맛집 소개는 아닙니다.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일본 음식과 문화에 대한 제 나름의 해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밥 먹으러 일본여행’(따비)을 쓴 이기중(64) 전남대 문화인류고고학과 교수가 말했다. 주전공은 영화와 영상인류학이지만, 세계 130여 나라를 여행하며 맛본 술과 음식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이번 학기엔 학부생을 대상으로 음식인류학, 관광인류학 수업을 강의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좋아하면서 연구하고, 또 가르치는 분야”.
그는 2009년 ‘유럽 맥주 견문록’을 내면서 ‘비어헌터’를 자처했다. 세계적인 맥주 전문가 마이클 잭슨의 별명을 따랐다. 2018년 ‘일본, 국수에 탐닉하다’를 내면서 ‘푸드헌터’로 범위를 넓혔다. “대학원생 시절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라멘을 먹고, 야키도리를 먹고… 이걸 파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음식에 관한 책만 200권 넘게 소장 중이다.
책은 작년 1~2월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밥[米]’ 먹은 이야기를 담았다. 오차즈케, 오므라이스, 하야시라이스, 각지의 에키벤(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 등 온갖 밥집이 빼곡하다. 첫 끼는 쌀의 고장 니가타현의 오니기리(주먹밥)다. 오니기리의 역사는 2000년 전 야요이 시대(기원전 350~서기 250)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각 모양은 산을 본뜬 것. ‘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산에 산다’고 믿는 데서 유래했다. 그는 “4월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역 특색이 물씬 묻어나는 에키벤을 사서 공원에서 느긋하게 즐기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