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믐날 밤
방정환 지음 | 허구 그림 | 길벗어린이 | 56쪽 | 1만8000원
세상은 어둡고 고요했다. 달님도 사라진 그믐밤, 절간의 종소리도 그치고 하늘엔 별만 반짝였다. 홀로 가만히 마당에 앉아 별들을 쳐다보던 ‘나’는 담 밑 풀밭에서 “어린 아가의 숨소리보다도 가늘게 속살속살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그, 인제 곧 새벽이 될 터인데 꿀떡을 이때까지 못 맨들었으니 어쩌나.” 보랏빛 치마를 입은 앉은뱅이꽃의 걱정에 진달래꽃이 답한다. “에그, 꿀떡은 우리가 모두 맨들어 놓았으니 염려 말아요.” 젓나무(전나무) 꽃은 노래 무대를 살피고, 복사꽃은 분홍치마를 다린다. 다 함께 5월 초하루를 열어젖힐 노래 잔치가 막 시작되려는 참이다.
올해는 어린이 운동의 선구자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 1922년 5월 1일을 첫 ‘어린이날’로 선포한 지 100년이 되는 해. 선생이 1924년 잡지 ‘어린이’에 발표한 같은 제목의 동화에 새로 그림을 그려 펴냈다. 어린이날 전날 밤 잔치 준비에 분주한 꽃과 새들은 어린이가 존중받는 새날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습이자, 씩씩하게 서로를 아끼고 돕는 어린이들의 모습이다.
책장마다 곱고 따뜻한 봄 기운이 가득하다. 사진 콜라주로 만들어낸 새와 나비들은 색색 꽃잎 날개를 달고 있다. 할미꽃은 이슬로 술을 담그느라, 개나리는 무도장에 황금색 휘장을 둘러치느라 바쁘다. 제비는 불 켠 자전거를 타고 ‘따르릉 따르릉’ 온 데를 다니며 5월 새날이 온 소식을 전한다. 종달새가 은방울을 흔들고 참새는 큰북을 치고 제비들이 피리를 불자, 꾀꼬리의 아름다운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 가락에 잔디풀에 버들잎까지 모두가 즐거움에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제 “참말 새 세상이 열리는 첫날”인 어린이날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