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한 지난 4월, 미국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중국 제조업 경기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절반 이하로 낮추고, 경기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파장이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실물 경제로 옮아붙고 있는 것이다.
미 고용정보업체 ADP는 4월 미국의 민간기업 고용이 전월보다 6만2000명 늘어났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시장 예상치(12만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고용시장 냉각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둔화를 동반하는데, 이미 시장에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1분기 미국 소비자 지출은 전분기 대비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3년 1분기(1%) 이후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일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5%로 대폭 낮췄다. 우에다 가즈오 일은 총재는 “각국의 통상 정책 전개와 영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제조 강국 중국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를 기록했다. 기준선 50에 못 미치면 제조업 경기 ‘수축’을, 50을 넘으면 ‘확장’을 의미하는데, 지난 2~3월엔 50을 넘었다가 다시 5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무역 환경 불확실성 증가로 주요 경제국들의 제조업 경기지수도 대부분 ‘수축’ 국면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상황은 악화할 수 있다. 5월 둘째 주, 미국 최대 무역항인 로스앤젤레스항으로 들어오는 수입 컨테이너가 1년 전보다 36% 급감할 것으로 LA항은 집계했다. LA항 수입 물량의 45%는 중국발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 충격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30일 “아마 우리 아이들이 (중국산) 인형 30개 대신 2개만 받게 될 수 있고, 그 2개도 평소보다 비싸질 수 있다”고 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관세로 인한 혼란이 진정되기에는 이미 늦었다”며 “세계 각국이 미국을 우회하고, 미국과의 분리에 적응해 버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