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 영국, 조선을 만나다 | 홍지혜 지음 | 혜화 1117 | 348쪽 | 2만2000원
1989년 영국 유명 사진가 스노든경이 일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의뢰로 사진을 찍었다. 그의 카메라에 담긴 피사체는 도예가 루시 리와 조선의 달항아리였다. 이 달항아리는 ‘영국 현대 도예의 아버지’ 버나드 리치가 1935년 조선 여행에서 구한 것으로, 훗날 대영박물관 한국관의 대표 소장품이 됐다.
이 달항아리 한 점이 바로 책이 만들어진 계기다. 미술·디자인 사학자인 저자는 2013년 주영 한국문화원 큐레이터 시절, 한·영 수교 130주년 기념전을 준비하면서 달항아리에 이끌렸다. 이후 관심을 확장해 백여 년 전 영국에 닿은 조선의 흔적을 10여 년간 집요하게 추적했다. 개항기 ‘그쪽(서양)’에서 건너온 문물에 맞춰진 우리의 주된 관심사를 ‘이쪽(한국)’에서 건너간 것으로 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방대한 사료로 단단히 무장한 책이다. 영국 수집가가 조선에서 구입한 골동품 영수증, 조선을 여행지로 추천한 관광 홍보 자료까지 들여다보면서 당시 영국인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생생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