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22일 흰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경기 안산 유세장에 섰다. 그를 지난 대선 때부터 봐왔다는 한 지지자는 “복장이 가볍고 친근해졌다”며 “처음엔 관료 티가 많이 났지만, 이젠 완전한 정치인으로 변한 것 같다”고 했다. 김 후보는 출범 열흘이 갓 넘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기억나는 게 없다”고 각을 세우며 “말꾼 대신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김 후보는 이날 자신의 장점인 ‘경제 정책’ 분야로 한 발짝 치고 나가며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현장 유세 전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지역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주장했다. 대출과 재건축 규제를 풀어달라는 주장이다. 김 후보는 “지난 정부 시절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이 선정됐고, 이는 서울의 과열 파장을 경기도와 묶은 조치”라며 “이 조치가 지금 역설적으로 경기도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족쇄가 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전 정부 경제수장 출신이 전 정부 부동산 실정(失政)을 남 얘기 하듯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포에서 만난 시민 이모(37)씨는 “먼저 부동산 실패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이날 본지와 만나 “부동산 문제는 여야(與野)를 떠나 해결해야 할 도민 삶의 문제”라며 “필요할 때는 투기과열지구 등을 지정하는 게 맞지만 상황이 바뀌면 현실에 맞게 해지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안산, 부천, 김포, 고양을 돌면서 부동산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서민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서민’으로 지칭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길 기대하지만, 2개월 동안의 인수위 활동과 열흘 동안의 새 정부 출범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것을 감출 수가 없다”며 “용산 집무실 졸속 이전, 관저 쇼핑, 깜냥 안 되는 국무위원들의 임명, 거기에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내세웠던 공약을 하나, 둘 파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국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오만과 실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독주를 막는 브레이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유세 현장에서 자신이 총장을 지냈던 아주대 졸업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졸업생은 편지에서 “학생들의 고충을 이해해주셨던 총장님이셨다”며 “꼭 승리하셔서 아주대에서의 혁신을 경기도에서 보여달라”고 했다. 김 후보는 본지에 “상대 후보는 지금 대통령께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저는 오랜 국정 운영을 하면서 일과 성과로 결과를 보여 줬다. 제 스스로의 역량과 경쟁력으로 돌파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경기도를 떠나 인천 계양을에서 출마한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 대해서는 “어제(21일)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함께 유세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지사의 김 후보 지원에 대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 후보는 “민주당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과 변화가 미흡했다”며 “민주당이 가진 기득권을 먼저 내려놔 변화의 가능성을 국민들께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안산·김포=양승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