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안양(옛 안양 한라)이 6년 만에 정상에 오른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에서 골과 어시스트를 합한 포인트랭킹 상위 10위 이내에 한국 선수 두 명이 이름을 올렸다. 바로 HL안양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 중인 김기성(38)-상욱(35) 형제다. 동생인 김상욱이 54포인트(12골 42어시스트)로 3위, 형인 김기성이 50포인트(25골 25어시스트)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둘은 2017년 세계선수권 1부 승격,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등 한국 아이스하키의 역사적 순간을 지킨 간판 스타들이다.
9일부터 시작될 포스트시즌에 앞서 안양 아이스아레나에서 만난 둘은 “2년 만에 팀에 돌아온 만큼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2019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러시아리그(KHL) 진출을 노렸지만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고, 이후 HL안양과 연봉에 이견을 보이며 두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마침 코로나로 빙상장이 대부분 문을 닫았고, 팀 훈련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동생 김상욱은 “국가대표 훈련 때 말고는 빙판 위에서 스틱을 잡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형제는 대신 동네 공원 인조잔디 위에서 스틱을 잡고 퍽을 주고받았다. 그마저도 먼저 이용하는 주민이 있으면 다음날을 기약해야 했다고 한다. 형 김기성은 “빙판과 잔디밭 위의 느낌이 당연히 많이 다르다. 질 대신 양으로 승부한다는 생각으로 하루 5시간씩 훈련했다”며 “이런 시간을 보낸 게 올 시즌 기량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재도전도 고려했지만 결국 형제는 HL안양으로 돌아왔다. 해외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실전 경기에 대한 갈망도 컸다. 코로나로 중단됐던 아시아리그 재개를 앞둔 팀도 형제의 복귀를 원했다. 김상욱은 “결국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선수다. 백지선 감독님과 동료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해보자고 해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김기성은 “5살짜리 아들과 3살 쌍둥이 딸들에게 아빠가 운동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했다.
HL안양은 9일부터 홈에서 4위 팀 이스트 홋카이도 크레인스와 4강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승부를 벌인다. 승리하면 2·3위 팀 맞대결의 승자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을 치른다. 아시아리그 한국인 최다 골(206골) 기록 보유자이기도 한 김기성은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정규리그 1위 팀의 위엄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김상욱은 “홈 팬들 앞에서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