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cel
Cancel
live

그녀는 정답고 파리한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그러나 나는 무뚝뚝하게 그 손을 떨쳐버렸다. 그 젊고 사랑스러운 얼굴에 당혹해하는 빛이 감돌았다. 그 젊고 선량한 두 눈이 책망하듯 나를 바라본다. 그 젊고 순결한 마음으로는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거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그녀의 입술이 속삭인다.

(…)

네가 지은 죄는 나에게 적은 것은 아니다.

네가 이해할 수 없고, 나도 네게 설명할 수 없는, 그 무거운 죄를 너는 알고 싶으냐?

「그럼 말하마--너의 청춘, 나의 노년」

-이반 투르게네프(1818∼1883)

(김학수 옮김)

마지막에 급소를 찔린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나의 노년’ 그 한마디를 하려고 서두가 길었구나. 처음부터 답을 말하면 재미가 없지. 짧은 소설 같은 구성, 구어체의 대화와 지문으로 이루어진 산문시. 투르게네프는 말년에 82편의 산문시를 남겼다. 시치미를 떼고 느릿느릿 소근거리다 막판에 독자를 놀라게 하는 솜씨, 투르게네프는 우아한 이야기꾼이었다.

“네가 이해할 수 없고”에 나는 밑줄을 그었다. 젊은 애들은 늙은이를 모른다. 자기들이 노년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늙은이는 젊은 것들을 이해하려 애쓰면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젊은 적이 있었기에….

젊은 날, 내가 읽은 투르게네프의 산문시집은 좀 지루했다. 러시아 문학은 대체로 내게 지루했다. 인류를 구원하려는 톨스토이처럼 거창하지 않지만, 너무 조심스럽게 빙빙 돌려 말하는 어법이 내게 와 닿지 않았다. 투르게네프가 산문시를 쓴 나이에 이르러 다시 보니 한 편 한 편이 가슴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