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이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으면서 최대 50만명의 납세자가 큰 혼란과 불편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약 무산된다면 “2년 전 종부세 수준으로 줄여주겠다”는 정부 정책이 무너지면서 1주택 종부세 납세자들이 세금 폭탄을 맞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주택자 종부세 경감을 위한 종부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에 묶여 심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종부세 완화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공약했던 내용이지만, 민주당이 선거 후 ‘부자 감세’라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1주택자 종부세 공제 기준을 올해에 한해 11억원에서 14억원(시가 약 20억원)으로 3억원 높이는 종부세 특별 공제 도입 등이 골자다. 개정안에 따른 종부세 완화 대상자는 최대 50만명이라고 기재부는 추산했다.
이달 내에 개정안이 처리돼야 올해 종부세 납부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아무리 늦더라도 다음 달 16~30일 종부세 특례 신청 기간 전에는 개정이 이뤄져야 국세청의 안내문 발송 등 절차를 정상 처리할 수 있다. 특례 신청 기간이 지난 후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납세자들은 오는 11월에 완화되지 않은 고지서를 받고 납부 기간인 12월 1∼15일에 직접 고지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국회 통과가 불발된다면, 개정안에 담긴 완화 방안들을 적용할 수 없어 종부세 폭탄이 터지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는 1주택자 공제 기준이 11억원(공시가격 기준)에서 14억원으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11억원 초과 14억원 이하 1주택자 9만3000명이 종부세를 면제받게 된다. 그러나 법 개정이 무산되면 세금을 내야 한다.
정진형 KB국민은행 공인회계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공시가격 14억원 1주택자(55세, 4년 보유)의 종부세는 0원이다. 하지만 법 통과가 무산되면 90만7200원을 내야 한다. 공시가격 18억원인 경우는 개정안(120만9600원)의 2배에 가까운 240만4800원을 내야 한다.
개정안은 상속 주택이 있는 경우, 공시가격 3억원 이하 농어촌‧중소도시 주택을 보유한 경우, 이사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 1주택자로 간주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세율(1.2~6%) 대신 1주택자 세율(0.6~3%)을 적용하고 최대 80%의 고령자‧장기보유 공제도 해주기로 했다.
이럴 경우 공시가격 16억원인 서울의 아파트를 15년 보유한 65세 남성이 올해 경기도의 공시가격 7억원 주택 1채를 상속받은 경우 종부세는 58만1760원이 된다. 하지만 법 개정이 무산돼 현행대로 다주택자 잣대를 적용받으면 852만8864원을 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2년 전인 2020년 수준으로 종부세를 낮춰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무산되면 1주택자들도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된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세무사는 “법 통과가 늦어지거나 불발돼 납세자들이 세무서로 몰려가게 되면 세정 마비 수준의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어 민생 법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종부세 개정안이 다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종부세 완화를 약속했으면서도 선거 패배 후 윤석열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부자 감세 정책’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3일 당 회의에서 “(세법) 개정 시한을 넘기면 (종부세 관련) 사전 안내문 발송과 신청 절차가 이뤄지지 못하고 사실상 법 집행이 불가능해진다”며 “민주당의 민생을 외면하는, 반대를 위한 발목 잡기로 국민은 야당발 세금 폭탄을, 세정 당국은 행정 폭탄을 맞게 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세제 개편안 내용은 불과 6개월 전 민주당이 여당일 때 문재인 정권과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한 1세대 1주택 세 부담 완화와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