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4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판세를 자체 분석해 전국 지역구 254곳 중 50~55곳이 오차 범위 안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초박빙 상황이라고 공통적으로 밝혔다. 본투표까지 남은 기간 엿새와 투표율에 따라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판세 분석 기자회견에서 “확실한 우세 지역은 110곳, 경합 지역은 50곳”이라고 밝혔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지역구 254곳 중 우세(110석)와 경합(50석)을 뺀 94석 정도가 열세라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이 내부적으로 지역구 90곳 정도를 우세로 판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우세 지역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양석 국민의힘 선대위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전국 55곳에서 3~4%포인트 차로 이기거나 지고 있다”고만 했다.

국민의힘은 전체 의석 절반에 이르는 최대 승부처 수도권(122석)에서 최근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전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 16석밖에 못 얻어 기록적으로 패배한 지난 총선보다는 이 지역에서 많은 의석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103석을 얻은 지난 총선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고 여기면서도 일부 접전지의 패배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인성

국민의힘은 이날 수도권 박빙 지역구를 26곳(서울 15곳, 인천·경기 11곳)이라 밝혔다. 민주당이 자체 판단한 박빙 지역구 50곳의 상당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부·울·경 지역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울 48곳 중 강남 벨트를 제외한 30곳 이상이 우세였다가 최근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그 아래로 내려갔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서울 15곳에서 박빙이라고 밝혔는데, 양측 판단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선 서울 49곳 중 민주당이 41곳에서 승리했다. 이번에는 ‘한강 벨트’인 동작·마포·성동·영등포 등이 격전지로 꼽힌다.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서울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2%, 민주당 25%, 조국혁신당 11%였다. 인천·경기도에선 국민의힘 35%, 민주당 30%, 조국혁신당 10%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수도권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40석이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울경에서 7석을 얻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낙동강 벨트’의 김해·양산·창원이 경합 우세”라며 “이번에 부울경에서 최대 두자릿 수까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부울경 중 13곳이 초박빙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바닥을 찍고 올라가는 수도권의 온기가 부울경까지 퍼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부산과 경남에서 각각 6곳 정도가 박빙 열세”라고 했다.

“불법 카메라 있을라”… 사전 투표소 체크 - 4·10 총선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2동 사전 투표소에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카메라 탐지기와 금속 탐지기를 이용해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전국 3565개 사전 투표소를 점검한 결과 불법 시설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캐스팅 보트’ 지역으로 28석이 걸린 충청은 양당 판단이 엇갈린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전(7석)과 세종(2석)을 싹쓸이하며 충청에서 20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대전과 세종을 포함한 충남 천안·아산·당진 등 도시권을 우세 지역으로 분류, 최대 20석을 목표로 한다. 반면 국민의힘 한 충청권 의원은 “이번에는 반반은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번 충청에서 8석을 얻은 국민의힘은 현재 충청권 13곳이 초박빙이라 보고 있다.

8석이 걸린 강원도에서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3석을 얻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가져갔던 원주 지역 등 강원도 3곳을 이번에 박빙 지역으로 보고 있다. 양당은 텃밭인 호남(28석)과 대구·경북(25석)에서는 이변이 없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제주 3석 전부를 목표로 한다.

양당은 실제 투표 날 양쪽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는 투표율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한 위원장은 “투표율이 선거 승패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라고 했다. 국민의힘 정 부위원장은 “초박빙 지역에서 선방하면 국민의힘이 승리하고, 무너지면 개헌 저지선마저 뚫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