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명. 지난 8월 발표된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다. 지난 2월에 발표된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보다 더 낮아졌다. 합계출산율 하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속도가 유독 빠르며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인 유일한 나라다. 영국의 한 석학은 한국이 2750년 지구 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저출산 현상은 사회의 양극화, 일자리 부족, 높은 주택가격, 지역 격차, 과도한 사교육, 경쟁문화 등 다양한 사회‧구조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서 발생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이 문제 해결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먼저 그동안 백화점식으로 추진해온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개최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통해 저출산 정책을 정비하여 국민 체감도와 효과성이 높은 5대 핵심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기로 했다. 돌봄과 교육, 양육비용 지원, 주거 지원, 일‧가정 양립, 건강 지원이 그것이다.
내년도 예산은 이러한 방향성을 충실히 담아냈다.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핵심 어젠다로 선정하고, 5대 핵심 분야에 17조6000억원을 편성해 올해 14조원보다 25% 이상 확대 편성했다.
이 중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은 ‘아이가 행복’일 수 있도록 편안한 출산‧양육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 0세 아이를 기르는 부모에게는 내년부터 월 100만원 부모급여가 지급된다. 아이를 출산하는 데 드는 산후조리 등 각종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첫만남이용권도 첫째 200만원, 둘째 이상 300만원으로 확대한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난임부부를 위한 지원도 확대된다. 건강보험에서 총 21회까지 난임 시술비를 급여로 지원하고, 비급여나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별도로 지원하는 사업도 내년부터는 소득이나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지원된다. 또한 임신을 준비 중인 부부를 대상으로 여성에게 최대 10만원, 남성에게 최대 5만원의 필수 가임력 검사 비용을 지원하고, 냉동한 난자를 사용하는 보조생식술 비용도 일부 지원할 계획이다.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면서 어린이집,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필수 인프라가 무너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예산도 확대된다. 어린이집 영아반의 경우 출산율 감소로 원아 모집이 어려워 정원을 채우지 못해도 추가 인센티브를 지원해 안정적으로 보육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할 계획이다. 아이가 아플 때 언제든지 전화로 상담할 수 있는 24시간 소아상담센터 5곳을 구축하고, 야간‧휴일 소아진료를 담당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대폭 확대한다. 중증소아 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소아암 지역 거점병원을 5개소 육성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예산 외에도 주거 안정,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의 저출산 사업도 대폭 확대된다. 신생아를 출산한 가구에 대한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특례대출, 분양·임대 우선 배정 등 ‘신생아 출산가구 주거 안정 3종 세트’도 이번 예산안에 담았다. 또한, 일‧가정 양립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가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부부 공동육아 시 육아휴직 유급기간이 28년 만에 12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되고 최대 지급액도 3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삶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아이를 낳으면 돈이 많이 들고 몸도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지원하고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시점에 조선일보가 꾸준히 추진해 온 ‘아이가 행복이다’ 기획은 저출산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입장에서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의 위기마다 국민들이 지혜를 모아서 극복해왔다. 작금의 저출산 위기도 정부와 국민이 한데 힘을 모아 극복해내고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20년, 30년 뒤를 내다보는 긴 호흡으로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아가기 위해 지혜와 의지를 하나로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