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보>(31~45)=설현준은 올해 24세다. 중천(中天)에 뜬 해라고 할까. 바둑계에서 황금기로 통하는 나이다. 2017년 하찬석 국수배 영재대회 제패 후 그해 바둑대상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했다. 2021년 크라운해태배 준우승에 이어 올해는 바둑리그서 활약 중이다. 2013년 동갑 최영찬과 함께 2회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입문했다.
백이 △에 뛴 순간 31의 껴붙임이 등장했다. ‘가’에 붙여 귀에서 두 집 내고 사는 수는 싱겁다고 본 것. 젊은 설현준의 ‘전투 DNA’가 드디어 발동을 시작한 느낌이다. 33은 예정된 절단. 34, 36은 김지석이 나름 고심 끝에 선택한 수지만 참고 1도처럼 처리하는 것이 나았다는 평가다.
흑도 37은 우직했다. 여기선 참고 2도 1과 5가 맥점. 백이 저항하면 하변 2점이 사로잡힌다. 물론 흑의 만족이다. 37이면 44까지는 이렇게 될 자리. 45는 31에 이은 2차 공습이지만 이제야말로 ‘가’에 두어 안정하는 게 시급했다. 아무튼 45로 인해 바둑은 누가 쫓고 누가 쫓기는지 모를 대혼전에 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