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실패를 잊고 유해란이 압도적인 우승을 손에 쥐었다. 사흘 연속 이글을 잡아내며 나흘 내내 선두. 이른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유해란은 지난주 미국 여자 프로 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최종 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가 무너진 바 있다.
세계 랭킹 12위 유해란(24)은 5일 미국 유타주 블랙 데저트 리조트(파72·6407야드)에서 열린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 4라운드를 2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이글 1개, 버디 6개로 8타를 줄여 최종 합계 26언더파 262타. 공동 2위(21언더파) 인뤄닝(23·중국)과 에스터 헨젤라이트(26·독일)를 5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45만달러(약 6억3000만원)를 받았다.
유해란은 2023년 LPGA 투어에 데뷔해 2023년과 2024년 1승씩 거뒀다. 올해도 8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하면서 3년 연속 우승을 이어가게 됐다. 투어 통산 3승이면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처음이다.
지난주와 달리 이번엔 마지막 날 박차를 가했다. 첫날 1타 차 단독 선두, 둘째 날 2타 차, 셋째 날 2타 차 1위에서 마지막 날은 5타 차로 간격을 벌렸다.
여정은 쉽지 않았다. 2위 헨젤라이트 추격이 만만치 않았다. 유해란은 4라운드 전반에 버디 3개를 기록했지만 헨젤라이트가 버디 5개를 몰아치며 10번홀까지 1타 차로 쫓겼다.
그러나 11번홀부터 저력을 발휘, 5타를 줄여 추격을 뿌리쳤다. 12번홀(파4)에선 세컨드샷을 그린 옆 벙커에 빠뜨렸지만 파를 지켜냈다. 13번홀(파5)에선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해 하이브리드로 티샷을 한 뒤 약 259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로 세컨드샷을 했는데, 그린 경사를 타고 홀에서 약 2.4m 떨어진 지점에 멈춰 이글 퍼트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세 번째 이글. 2라운드 9번홀(파5)에서도 하이브리드로 친 세컨드샷을 홀 1.5m에 붙여 이글을 잡았고, 3라운드 11번홀(파4)에선 홀까지 82야드를 남기고 친 웨지샷이 그린 경사를 타고 홀로 들어가 샷 이글이 나왔다.
유해란은 페어웨이를 둘러싼 바위를 피해 최대한 페어웨이와 그린을 지키는 전략을 썼다. 최종일 페어웨이 적중률이 100%, 나흘간 그린 적중률은 87.5%로 출전 선수 중 1위였다. “지난겨울 폐렴에 걸려 올 시즌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요즘은 몸 상태가 정말 좋아지고 근육도 회복돼 좋은 샷을 많이 할 수 있다”며 “지난주 메이저 대회 기간에 퍼터를 바꿨는데 느낌이 좋았고 내 퍼트를 더 믿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유해란은 지난달 28일 셰브론 챔피언십 4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가 4타를 잃고 공동 6위로 마친 아쉬움도 풀었다. “지난주 최종 라운드 때 샷이 너무 좋지 않아서 코치에게 매일 전화해 무엇이 문제인지 물었다”며 “코치가 아무 문제 없으니 계속 집중하고 차분하게 내 골프를 더 믿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국 선수 우승은 지난 2월 시즌 개막전 힐턴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김아림(30), 지난 3월 포드 챔피언십 김효주(30)에 이어 세 번째다. 이미향(32)과 이소미(26), 전지원(28), 최혜진(26)이 공동 12위(13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