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을 대로 곪다가 터진 중국 부동산 거품은 해결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일본에서 ‘중국부동산버블’이란 책으로 ‘중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터졌다’ 주장을 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류(柯隆) 도쿄재단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 태어난 가류 수석연구원은 나고야대 대학원 수료 후 장은(長銀)종합연구소, 후지쓰(富士通)연구소 등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고, 대장성(현 재무성) 외환심의회 위원으로도 활약했다.
중국 정부는 연초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을 제시했다. 하지만 UBS·노무라·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근 부동산 침체를 이유로 5% 밑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6월엔 중국 미분양 아파트가 한국 인구수보다 많은 6000만 채라는 블룸버그 분석도 나왔다.
–중국 부동산 버블은 어느 정도였나.
“한 나라의 집값이 적정한지 알아볼 때 쓰는 지표로 PIR(Price income Ratio)이라는 게 있다. 연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을 뜻하는데, PIR이 높으면 집값이 비싸서 부담이 된다는 의미다. PIR은 6배 정도가 적당한데, 중국은 버블이 한창이었을 때 주요 도시의 PIR이 50배를 넘었다. 1년 버는 돈을 50년 동안 꼬박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거품 경제가 터지기 직전인 1990년에 도쿄의 PIR이 18배였다.”
–버블이 터졌다지만 폭락한 것 같진 않다.
“정부가 공식 통계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상 폭락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뿐이지,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도 희망자가 헐값에 팔고 싶어도 (정부가 정한) 가격 밑으로는 거래하기 어렵다.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파산한 곳들이 많고, 완커 같은 국영 부동산 업체마저도 올 상반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부동산 버블이 생긴 이유는?
“정책 실패가 원인이다. 지방정부는 토지사용권을 민간에 팔아서 재원으로 썼다. 땅을 팔수록 수입이 늘어나니 모든 지방정부가 부동산 개발에 혈안이 됐다. 지방정부 채무는 작년 말 기준 100조위안(1경8887조원)에 달했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부채도 많기 때문에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이다.”
–왜 중국은 금리 인하에 신중한가.
“중국 은행들 수익 구조는 예대마진 의존형이다(미국 은행은 수수료 위주). 금리를 내리면 은행 수익성이 나빠진다. 예대마진으로 돈을 벌어야 부실 채권을 제때 처리할 수 있다. 경영 압박에 은행이 도산하면 정부 부담이 더 커진다.”
–중국 불황이 한국에 줄 영향은?
“중국 부유층 해외 이주가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과 유럽의 일부 국가다. 한국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아마 중국 동북지방, 산둥성 근처가 중심일 것이다. 대중 의존도를 점차 낮춰 나갈 필요가 있고,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면 대중 전략을 재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