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범보수 진영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의 단일화 문제를 두고 급박하게 움직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저녁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김 후보에게 “조속히 단일화 논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보 단일화 1차 마지노선으로 거론되는 대선 후보 등록 시한(5월 10~11일)이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두 후보 측의 협상이 시작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김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온 것이다. 김 후보는 이날 밤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한 국민의힘 지도부에 “후보의 당무 우선권을 존중하고 중앙·시도당 선거대책위를 즉시 구성하고 당직 인사를 임명해야 후보 단일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후보 단일화의 선결 조건을 내건 것이다. 이에 대해 권 위원장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후보 단일화 추진 기구도 다시 구성하기로 했다.
휴일인 이날 저녁 8시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는 의원 69명이 참석했다. 권 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앞으로 4~5일 안에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며 “그런데 시간을 끌면 우리 편으로 단일화될 수밖에 없다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다 (대선에서) 패배하면 보수 공멸, 대한민국 폭망의 책임을 우리 모두가 짊어질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빅 텐트에 동의한 후보부터 먼저 단일화하고 점차 세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의원들도 김 후보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분위기였다. 의원들은 “단일화가 늦어지자 지역구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고 한다. 다만 송석준 의원은 “김문수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권영세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도중 국회 근처에 있는 김 후보 캠프 사무소를 찾아 김 후보를 만났다. 두 사람은 김 후보에게 “하루빨리 한 후보와 만나서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김 후보는 이와 관련해서 “(나는) 당원 총의와 국민 뜻에 따라 선출된, 민주적 정통성을 확보한 대통령 후보로서 당헌·당규 및 법률에 따른 정당한 요구는 즉시 집행되어야 한다”면서 단일화 추진의 선결 조건을 국민의힘 지도부에 요구했다고 입장문에서 밝혔다. 김 후보는 또 “후보의 당무 우선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 “지도부가 ‘후보 단일화 이후에 구성하겠다’고 통보한 중앙·시도당 선대위를 즉시 구성해야 한다. 선거대책본부와 후보가 지명한 당직자 임명을 즉시 완료해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위의 사항이 우선 집행되어야 원만한 절차로 후보 단일화가 진행될 수 있다. 당은 후보의 단일화 의지를 존중하고 총력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단일화를 둘러싼 분란은 김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불거졌다. 김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등에 출연해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한 후보는 우리 당에 1000원짜리 당비 하나 내지 않으신 분”이라며 “본선 투표용지에는 한 후보의 이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 후보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 사이에서도 “빨리 단일화하고 이재명 잡으러 가야 한다”(박수영 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김 후보 측과 국민의힘 지도부도 김 후보가 국민의힘 사무총장에 내정했던 장동혁 의원 임명 문제를 두고 파열음을 냈다. 김 후보는 지난 3일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사무총장을 장 의원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장 의원은 사무총장직을 고사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후보가 당무 우선권에 근거해 수차례에 걸쳐 사무총장 임명을 요청했음에도 당 지도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도읍 등 4선 의원 8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김성원 등 3선 의원 13명도 성명을 내고 “나를 내세우는 순간 공멸할 것”이라며 단일화를 촉구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도 “사심으로 딴짓하면 결단하겠다” “죽느냐 사느냐의 순간” 등의 글들이 여러 개 올라왔다. 반면 김 후보 측에선 국민의힘 내 일부 세력이 한 후보를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단일화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